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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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대우
양귀비의 오빠 양국충(梁國忠)의 피서법은 호사스럽기가 극에 달했다.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 양국충은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산수화나 십장생을 조각한 얼음병풍을 만들게 한 뒤 이를 뒤에 두르고 잔치를 열곤 했다. 바로 얼음병풍, 빙병(氷屛)이다.

얼음 병풍에 쌓여 놀다 냉기가 올라 추우면 거느리고 있는 처첩 중 십 여명 골라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게 하고 주위에 앉아 있게 하는데 그 여인들의 체온으로 냉기를 식히기 위해다. 이를 살 병풍. 즉 육병(肉屛)이다.

사치와 과소비로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개탄할 때 인용하는 말이 바로 ‘빙병육병(氷屛肉屛)’이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제주는 최고기온이 연일 35도 안팎으로 치솟으면서 숨 쉬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에도 무더위가 가시지 않아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국내로, 혹은 해외로 피서(避暑)를 떠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최근 하루 평균 5만 명에 육박하는 내국인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또한 엊그제 해외로 떠나는 피서객이 몰리면서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20만4000여 명을 넘기는 등 공항 개항 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찾았다고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들로 바다로, 해외로 더위를 피해 떠나고 있는데 이들의 피서행렬이 그림의 떡인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피서는 고사하고 선풍기 바람조차 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에너지 빈곤층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온열 질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낮 시간대에는 밭일 등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실상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올 여름 들어 벌써 2명의 온열환자가 사망했다. 감귤밭에서 농약을 치던 60대와 식당에서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50대가 더위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올해 40여 명의 온열 질환자들의 발생 장소를 보면 실외 작업장, 밭, 비닐하우스 등으로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홀로 사는 저소득층 노인과 거동 불편자들은 더위에 더욱 취약해 폭염 때마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현재 도내 홀로 사는 노인은 4300여 명, 거동 불편자는 1100여 명인데 비해 재난 도우미는 1200여 명으로, 재난 도우미 1명이 4~5명의 홀로 사는 노인 및 거동 불편자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에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대부분 경로당 등 노인회관으로 거동 불편자들이 이용하기가 쉽지는 않은 실정이다.

과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에너지 빈곤층들은 겨울나기가 무서웠다. 여름 무더위가 지금처럼 맹위를 떨치지 않았기에 여름은 쉽게 보냈지만 혹독한 겨울 추위가 두려움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겨울 한파는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폭염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어 건강한 사람도 여름 지내기가 버거운 상황에서 에너지 빈곤층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열대야는 제주 북부가 43일, 제주남부가 35일로 전국 평균 10.8일에 3~4배에 달했다.

앞으로 점점 폭염이 거세지면서 열대야는 더욱 강하고 더 길게 60일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7~8월이 모두 열대야라는 말이다.

제주도가 폭염에 대비해 폭염관리체계 및 취약계층에 폭염 정보 전달체계 구축, 무더위 쉼터 운영, 재난 도우미 운영 등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홀로 사는 노인, 저소득층일수록 폭염에 취약한 만큼 이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더욱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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