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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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회 제주대 교수 독일학과/ 논설위원

‘촛불대통령’이 진정한 국민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그 여부는 ‘촛불’이 아니라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 달려 있다. 정부가 제 몫을 하고 있을 때는, 대낮과 같이 밝은 정치세상이니, 촛불이 필요하지 않다. 촛불이 필요한 건 정부가 제 몫을 못할 때뿐이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촛불이 주도했고 우리의 촛불대통령은 그 촛불의 길 안내를 잘 받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제 촛불국민이 ‘광장’이 아닌 일상의 삶터에서 제몫을 다할 수 있게 밝은 정치세상을 일구는 일에 그가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솥뚜껑 같은 것’이 어른거린다. ‘탈원전’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다.

‘탈원전’ 정책! 이것은 우리 인류의 유일한 삶터인 지구를 건강한 생태 공간으로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이다. 이를 실행하는 데에는 장기간에 걸친 공론화를 통한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던 해인 2011년 3월에 결정된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바로 그렇게 확정되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함으로써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본격화된 지 34년, 그리고 1998년 사민당과 녹색당으로 이루어진 연립정권이 탄생하면서 탈원전 구상이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물론 우리나라가 독일을 그대로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다. 벤치마킹을 통해 얼마든지 더 쉬운 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원전과 탈석탄’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것인지 확신도 서지 않는다. 독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전의 대안은,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일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석탄과 전기요금 인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과 탈석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 속에 묻힐 것만 같다.

‘탈원전’ 정책 하나만 보자면 지나치게 성급해 보인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원전공사를 중단했다.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 에너지 정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바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전문가들의 자문을 충분히 받은 것 같지도 않은 상태에서.

2022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2016년에 착공되어 종합공정률 28.8%에 도달한 원전공사 중단 여부 결정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전기요금 인상의 고통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개문냉방영업’이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는 되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은 인류의 삶터인 지구를 건강한 생태 공간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일수록 위험부담도 클 수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독일이 그랬고, 스위스도 1984년부터 국민투표를 다섯 차례 실시한 끝에 33년 만인 2017년 5월 국민투표로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전기요금 상승과 에너지 안보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으로 2016년 의회가 탈원전을 추진하는 ‘에너지 전략 2050’을 통과시켰고, 최근의 국민투표에서 58%가 찬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에너지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경쟁이 치열한 세계화시대의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제 몫을 다하는 정부를 기대한다.

‘촛불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대통령’임이 입증되면 정말 좋겠다. ‘솥뚜껑 같은 것’이 제발 ‘솥뚜껑’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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