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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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갑자기 줄어든다. 사각으로 압축된다./ 손톱만한 피사체를 늘려서 보려고/ 한 뼘 앞에서 시선을 가린 풍경을/ 한껏 밀쳐내려고/ 뇌가 눈알로 몰려든다./ 작은 화면 안으로/ 팔다리와 행동반경을 구겨 넣느라/ 목과 등이 꺾어지고/ 미간이 구겨지고 눈알이 돌출된다./ 작은 화면에 단단히 붙들린 눈알을 따라/ 팔다리가 끌려들어간다./…추억이 메모리칩에서 나오고/ 촉감이 1600만 화소 피부에서 생긴다./ 엄지만 폰 밖에 남아 눈알 자아를 톡톡 건드리고 있다.’

김기택 시인의 ‘스마트폰’이라는 시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빠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렸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면 그것을 저장하는 것은 눈이 아니다. 뇌다.

그렇다고 뇌 스스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과 뇌의 기능이 분리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스마트폰 앞에서는 눈도 뇌도 하나가 돼 스마트폰에 잠기는 부작용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

팔다리까지 끌어들이는 스마트폰은 어찌 보면 블랙홀이다.

빛까지 흡수하는 블랙홀 밖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은 눈도, 뇌도, 팔다리도 아닌 엄지인 모양이다.

스마트폰 앞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엄지가 ‘갑’인 셈이다.

▲담배를 피우는 성인 남자들은 아침에 잠에서 깨면 입에 담배를 물며 잠의 잔상을 없애곤 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알람이 사람들의 잠을 깨우고, 메시지나 밴드, 카카오톡의 내용이 남은 잠을 쫓아낸다.

스마트폰이 아침부터 사람을 지배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술에 중독되면 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처럼,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스마트폰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다.

▲훌라 춤으로 유명한 하와이.

현란한 춤만큼 개인의 자유도 넘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곳 최대 도시인 호놀룰루시가 시민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보면서 길을 걸을 경우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벌금은 15달러에서 130달러에 이른다. 오는 10월 25일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이는 시민들이 스마트폰 등을 보면서 길을 걷다가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과 친근하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와이처럼 벌금을 물리는 법이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건 그렇고,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엄지손가락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것을 일찍 간파한 문재인 대선 후보가 ‘엄지 척’ 해서 대통령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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