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버스 개혁, 운전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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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제주도의 새로운 대중교통체계가 개봉박두다. 제주도정의 인터넷 블로그도 ‘제주를 사랑하는 도민과 여행자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린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무려 30여 년 만의 대변신이니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될 만도 하다. 차제에 사드로 인해 움츠러든 제주관광을 위해 ‘이왕이면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제주도의 대중교통, 단적으로 버스체계는 이른바 ‘느리고, 불편하고, 값비싼’ 기질 때문에 도민과 여행객들에게 불만이 되어 왔다. 이는 ‘제주도의 자가용 보유율이 전국 최고인 반면 대중교통 분담률은 전국 최저’라는 사실로도 가늠되는 실상이다. 특히 이용자 편의를 외면한 불합리한 노선과 시내·외를 구분하며 은근히 비싸진 요금 등이 불만의 주축이다. 이는 5·16 도로를 다니는 버스로 제주시에 나가보면 경험되는 불편이다. 시외버스는 같은 거리인데도 왜 시내버스보다 비싸야 하며, 환승 시내버스는 왜 빙빙 돌아다니면서 애간장을 태우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제주도정이 3년여간 준비 끝에 내놓은 급행버스 신설과 노선 개편, 버스요금체계 단일화, 버스 우선차로제 도입 등의 개편안은 오래된 도민숙원에 대한 바로 그 응답이다. 이달 28일부터는 1200원으로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의 유니버설 디자인 버스들이 도내 전역을 1시간 내로 달리게 된다. 무료 와이파이(Wi-Fi)를 장착하고 관광지도 신바람 나게 순환하면서.

이를 위해 제주도는 지난 5월, 800명이 넘는 운전원을 전국적으로 공모했다. 지금쯤은 채용을 마치고 운전대를 잡기 위한 채비를 갖출 때다.

그래서일까? 최근 5·16 도로를 다니는 버스에는 ‘운전기사 폭행 엄벌-폭행 상해시 3년 이상 징역!’이란 경고판이 나붙었다. 전국적으로 하루 10건 정도 발생하는 버스·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잠재 폭행자’로 취급되는 불쾌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버스를 타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이 난폭운전이다. 특히 5·16 도로처럼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을 규정된 시간 내에 주파하려는 버스에서는 승객이 곧잘 짐짝처럼 취급된다.

안전벨트를 매고서도 두 손으로 의자를 거머쥐고 안간힘을 다해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불현듯 버스기사가 두려워지면서 두고 온 자가용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내릴 때는 운전사께 공손히 인사를 한다.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워주셔서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천안에 가면 승객이 탈 때마다 운전사가 “어서 오세요”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행복한 버스’가 명물이다. ‘버스 안은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운전사의 버스를 처음 탄 승객은 당황할 정도의 친절함에 놀란다. 때문에 천안삼거리에 다시 가보고픈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늘었단다.

부산에서도 지난해부터 승객들이 만족하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행복 버스 만들기’가 한창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편안하고 즐거운 출퇴근 시간, 안전하고 친절한 운행서비스, 쾌적하고 산뜻한 승차환경 만들기 등이 시동 중이다. 평균 80%인 시내버스 만족도를 90% 이상 끌어 올리겠다는 정책목표가 사뭇 야심차다.

제주도가 30년 만에 감행한 버스정책도 운전사가 개혁의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가용을 타고 가는 친구를 보면서 ‘할머니, 우린 왜 자동차가 없어요?’라고 묻는 손자에게,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운전해 주는 버스가 있으니 자동차는 필요 없단다’라고 답하는 세상처럼. 2016년 칼데콧 명예상과 뉴베리상을 수상한 ‘행복을 나르는 버스’ 같이 도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서 다채로운 이웃들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 제주도의 새로운 버스 안 풍경을 기대해 본다. 이제 버스 개혁의 핸들은 운전사들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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