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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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을 나이 속도로 표현하며 빠름을 말한다. 때로 아니 언제 이렇게 나이만 먹었나 싶지만 그 나이를 본인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마음도 같이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참 다행이다. 나이만큼 마음이 늙었다면 새로운 시작을 할 수도 없고 또한 꿈을 꿀 수도 없었을 테니까.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한다. 이 속뜻은 저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비로소 자신의 삶을 시작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에게 시선을 두어 살았던 삶에서 이제는 자신의 마음으로 돌려 마음이 말하고 있는 삶,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는 나이, 그래서 좋다. 지금껏 이어온 삶에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바라보는 눈이 아닌 내가 가진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릴 때이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도 이제는 알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 더 갖고 싶다면 지금 내가 가진 것에서 무엇인가 지불해야 한다는 염치도 조금은 생겨나는 나이 앞에 있다.


작다고 혹은 가진 것이 적다고 시선을 자꾸 밖으로만 돌리며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작은 것이지만 잘 닦으면 숨어 있는 소중한 가치를 보게 되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삶이기에 경쟁의 궤도에서 내려설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소중함은 천천히 가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 좋은 친구를 만나야 된다고 얼마나 많은 말을 했을까.


우리 아이가 좋은 친구가 되면 저절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는 것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 그저 우리 아이에게만 행운이 오듯 어디에서 좋은 친구가 나타나기만을 바랐던 시절이었으니까. 이제는 좋은 친구가 되어야 됨을 그래야 좋은 친구가 옆에 있게 되는 유유상종을 비로소 알게 되는 나이다. 서로 좋아하는 향기가 다르듯이 좋아하는 취향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임을 인정하게 되고 보니 내게는 어떤 향기가 나는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도 그리운 냄새가 코끝에 머물고 있다. 할머니가 입고 있던 모시옷에서 나는 싱그런 풀냄새다.


할머니 집에는 그릇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정갈하게 정돈된 가재도구들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마음이 청량해진다. 그리고 투정을 부리는 손녀에게 인자한 미소로 받아주었던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도 사진처럼 남아 있다.


나도 우리 할머니와 같이 싱그런 풀냄새와 함께 그 미소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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