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새삼 보여줬다. 제주 역시 인근 해역에서의 지진 발생 빈도를 볼 때 매한가지다. 그런데도 도내 초·중·고 건물의 대비책은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학교 10곳 중 7곳이 내진설계 및 보강이 안돼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는 거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교육시설 내진보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도내 각급 학교 건물 589동 중 내진설계 또는 보강이 된 곳은 197동(33%)에 그쳤다. 또 내진성능을 갖춘 학교 비율은 15.4%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최근 4년간 실시된 23개교의 교실 증축공사는 더 가관이다. 아예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게다.

다시 말해 392동의 학교 건물은 지진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학교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이다. 유사시 대형 참사가 벌어질 우려가 높다. 어느 곳보다 우선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마땅한 것이다. 학교 증·개축 때 의무화한 내진설계를 외면한 것도 큰 문제다. 관계자들이 지진에 거의 무감각하단 뜻과 다름없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제주도민은 지진 재앙을 그저 다른 나라의 일로 여겨온 게 사실이다. 허나 이젠 그게 아니라는 걸 절로 깨닫는다. 최근 수년간 인근 해역에서의 지진 발생 현황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생겼다. 2013년 4차례에 머물던 게 2014년 7차례, 2015년 8차례, 지난해 11차례로 매년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진 대응력은 취약하고 개선책 또한 소걸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진 설계 반영이 의무화된 도내 공공시설물은 1142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517곳만이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공공시설물이 그럴진대 민간시설물은 오죽할까 싶다. 내진 보강이 시급하지만 보나 마나 예산이 문제일 터다.

다행히 제주도교육청은 경주 지진 이후 학교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최대한 빨리 매듭짓기 위해 해마다 100억원 이상 투입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지진은 자연 재앙 중 가장 파괴적이다. 그 재앙 앞에 인간의 대응력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대비한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