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거슬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건축물은 자연 고유의 아름다움에 반하는 것이라는 데 토를 달 이는 없을 것이다.

 

물질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인간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낸 구조물은 결국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대치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 구조물,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건축물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비(非) 자연적인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라도 어떻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자연에 녹아드는 멋진 작품이 될 수도 있고 흉물이 되기도 한다.

 

포근한 오름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소박함이 강조된 건축물.

 

제주의 독특한 경관 속에서 자연보다 더 튀지 않고 겸손함을 강조하는 건축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자연과 인간의 삶이 조화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부터 제주시 원도심(성내)에 남아있는 옛 건축물을 복원,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지역관광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는 일제강점기 중반에 지어져 일본풍과 제주 전통건축 양식이 융합된 근대 주거의 초기 형태가 있는 ‘고씨주택’을 복원, 각종 사진이나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교육·회의·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식 건축물로써 보존가치가 있는 금성장과 녹수장은 제주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제주 출신 사진작가 고(故) 김수남의 작품과 유품이 전시되고,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전시 기회도 제공된다.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에 있는 불탑사 오층석탑, 이도1동 오현단에 자리한 귤림서당, 삼도2동 소재 제주목관아….

 

제주시 곳곳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건축물은 우리를 과거의 어느 한 시대로 초대한다.

 

서귀포시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과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건축물, 제주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활용한 ‘건축기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과 방주교회,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과 지니어스 로사이, 추사 김정희의 절제미를 표현한 승효상의 제주추사관 등 전국 어느곳에 있는 건축물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건축 작품’을 기행 코스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서귀포시지역의 경우 상모리 알뜨르비행장 일원에 산재해 있는 비행기 격납고와 일제 동굴진지를 비롯해 섯알오름 학살터, 육군제1훈련소 건물 등은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문화유산이고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부지역에는 한국전쟁 당시 강병(强兵) 육성의 요람이었던 강병대교회 등 주요 등록문화재 외에도 ‘도대불(등명대)’, 방주교회, 본태박물관, 제주추사관, 대정향교, 옛 대정면사무소 등이 분포돼 있다.

 

서귀포시 동부권에는 ‘제주학’의 선구자이자 나비 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의 흔적이 남아있는 석주명 연구소(현 제주대학교 부설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와 국내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 제주의 오름과 테우를 형상화 한 제주월드컵경기장, 한국 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소라의 성과 옛 제주대학 농과대학(현 서귀중앙여자중학교) 건물,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서귀포기적의도서관, 도자를 모티브로 해 설계한 왈종미술관, 제주의 오름 등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신영영화박물관 등 소중한 건축물 자원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다.

 

과거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건축물이 한라산과 오름 등 자연을 배경으로 우리를 시간 여행으로 초대한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