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디라 할 것 없이 도로 굴착공사가 빈발하면서 교통 혼잡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요 간선도로가 누더기 도로로 전락하면서 차량 교행조차 어려운 곳이 많다. 차량이 덜컹거리고 곡예 운전을 해야 하는 시민들의 짜증과 불편이 일상화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시도 때도 없이 먼지가 날리면서 보행자들의 원성 또한 적잖다.

제주시가 올 상반기 중 허가를 내준 굴착공사는 모두 321건에 달한다고 한다. 총 연장으로 따지면 195㎞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를 두 번 반이나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올해 유독 굴착공사가 많은 건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대형 하수관로 공사와 노후 상수도관 교체 공사를 대거 발주한 게 주원인이다.

또 신축 주택이 늘면서 우수관 연결공사가 지속되는 것과 LNG(천연액화가스) 공급을 위한 가스관 매설도 굴착공사 증가를 거들고 있다. 덩달아 농촌에서도 농업용수 관로 매설을 위해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가 부쩍 늘었다. 그야말로 도심과 농촌 할 것 없이 각종 굴착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 필요한 사업이다. 생활환경 개선과 시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공사에 따른 어느 정도의 불편은 시민들도 감수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문제다. 출퇴근 때마다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불편이 가중되고 교통사고 위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고경실 제주시장이 나서 출퇴근 시간엔 공사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겠는가. 허나 이마저 공사 기간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현장에선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의 영(令)이 서지 않든가, 시민들을 얕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무분별한 도로 굴착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점검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제주는 국제관광지인 만큼 친절 못지않게 쾌적한 환경도 더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도로환경은 실망스럽고 부끄러울 정도다. 굴착공사가 많기도 하지만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다. 수십 년에 걸쳐 시민 고충과 교통 장애, 혈세 낭비를 반복해 왔다. 시행착오로 습득한 병행 굴착과 제대로 된 공사 뒷마무리만이 해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