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한의약연구원의 연구원들이 중국 신회구(新會區)의 진피 생산단지를 방문했다. 신회구는 중국 광동성 강문시(江門市)에 속한 인구 75만의 현급 행정구역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진피는 중국 국가 특산 산물로 선정돼 각광받고 있다. 신회 진피(新會陳皮)는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도 고급 진피의 생산으로 유명했다.

신회 지역에서는 연간 10만 톤의 감귤이 생산된다. 제주의 연간 감귤 생산량 50만 톤에 비하면 5분의 1 규모이다. 하지만 제주와 달리 전량 진피 생산에 이용되며 가공공정 또한 진피 생산에 우선적으로 최적화돼 있다.

과육이 오히려 폐기물인 점이 우리 제주와는 정반대이다. 과육 폐기물 처리 과정의 오염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현재는 주스나 사료 등의 활용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10만 톤의 감귤로 대략 진피 1만 톤이 만들어진다. 이 신회 진피의 시장가치는 현재 50억 위안이라고 한다. 조만간 100억 위안 규모로 커지리라 예상하는데 한화로 1조 7000억원에 해당한다. 중국의 작은 지역에서 제주 감귤 생산량의 20% 규모로 제주 감귤산업의 꿈의 목표인 1조를 넘보는 가치를 올리고 있다. 그것도 제주에서는 대부분 버려지는 진피를 통해서.

신회 진피의 성공에는 이 지역 출신인 한 사업가의 투자와 노력도 한몫했다. 2013년 3.5억 위안(260억)을 투자해 진피촌을 조성했는데 당시 1억 위안의 신회 진피 시장가치가 현재 50억 위안으로 50배로 뛰었다는 것이다.

신회 진피의 유명세에 묵힌 진피가 좋다는 견해가 더해져 오래된 진피가 고가에 팔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관리 체계가 미흡하여 유통의 신뢰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적인 공정과 과학적인 보관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생산된 진피는 반영구의 위생적인 용기에 보관되며 각 보관 용기마다 QR코드가 찍혀 해당 상품의 이력이 기록된다. 이 이력에는 생산자, 생산지, 생산년도, 생산나무의 연령, 건조 상태 등 자세한 정보가 기록된다.

신회 지역 내에서도 각 제품마다 4배의 차등을 두며, 우수품질인 경우 대개 1년산이 150위안이다. 1년마다 100위안씩 올라가며 5년 후부터는 매해 200위안씩 10년 후면 매년 500위안씩 가격이 상승한다. 이 기준으로 하면 10년산 진피가 500g당 1550위안(25만원)이 되는 셈이다.

참고로 제주산 진피는 일반 진피가 500g당 3000~4000원이며 유기농은 6000~8000원, 고급으로 취급되는 산물 진피도 2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제주산 진피는 연한에 따른 가격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제주산보다 10년산 중국 신회 진피가 80배가량 비싼 셈이다.

이 진피 단지를 조성한 당사자의 목표 또한 이채롭다. 1단계의 진피촌 완성에 이어, 2단계는 진피의 금융상품화를 모색하고 있다. 1929년산 진피가 1kg당 110만위안(1억 8000만원)에 거래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보관 상태와 신뢰만 갖추어진다면 금융상품이 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또한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로 진피의 세계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신회 진피를 통해 제주 진피산업화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마음 한켠은 무거웠다. 신회 못지않은 훌륭한 품질의 제주 진피들이 제 가치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제주의 감귤 산업 1조원 돌파를 위해 각계에서 노력하고 있다. 신회의 사례를 보고나니, 감귤 산업의 1조원 돌파는 진피산업화의 성공에 달려있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