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暴炎/微韻(폭염/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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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撫耺 金祥玉(작시 무운 김상옥)

烏雲環白鹿   오운환백록   먹구름 백록담 에웠으나,

沒有雨降幾   몰유우강기   비 내릴 기미가 없구나.

暑熱加惆悵   서열가추창   찌는 더위에 실의마저 더해져,

自爲心事違   자위심사위   절로 심사가 뒤틀리네.

 

▲주요 어휘

 

△烏雲=먹구름. △白鹿=한라산정의 백록담. △沒有=없다, 가지고 있지 않다. △雨降=단비가 내리다. 若時雨降. △幾=기미(幾微). 조짐(兆朕). △暑熱=찌는 더위. △惆悵=실의하다. 맥이 빠지다. △心事=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일. 또는 그 생각.

 

▲해설

 

우리나라 중부 지역에는 폭우(暴雨)가 쏟아져 피해가 크다는 뉴스가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비가 내리기는커녕 가뭄으로 농작물이 시들어 수확을 바라기 어려울 것 같다.

 

예전에는 한 여름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소나기가 내리곤 하였다. 그런 기억이 남아 있어,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白鹿潭)에 먹구름이 짙고 넓게 덮여 있기에, 무더운 제주도에 시원스럽게 단비 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그러나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주변에는 비 내릴 기미가 조금도 없어 보인다. 또한 바람은 조금 불어오나 지열(地熱)을 동반하여서 인지 후끈거리는 한증막(汗蒸幕)의 열기와 같아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소년시절엔 한 여름의 땡볕에 땀을 흘리면서도 거리가 꽤 먼 냇가나 바닷가를 찾아 더위를 식히며 친구들과 즐겁게 물놀이하며 여름을 보냈었다.

 

그러나 70줄에 접어든 요즘은 주로 집안에서 평온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제주지역에 폭염주의보가 연일 발표되고, ‘폭염특보가 발효 중임으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보내온 것을 핑계 삼아 산이나 바닷가로 피서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필자에게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러나 작업을 시작하려고 몸을 조금 움직이면 땀방울이 온몸에 맺히기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바로 올 여름의 폭염과 열대야는 필자의 의지마저 억눌러 모든 일을 뒤로 미루었다 하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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