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저장조 고무관 연결해 숨골에 꽂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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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돈사 현대화사업 이후 분뇨처리 '악화일로'
▲ 자치경찰이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 양돈장에서 분뇨 저장조와 숨골로 연결한 길이 30m의 고무관을 적발했다.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함양시켜주는 통로인 ‘숨골’에 양돈장이 들어선 가운데 돈사의 규모를 확장하는 현대화사업으로 축산분뇨 처리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숨골에 고무관 꽂아=자치경찰은 지난 11일 제주시 한림읍 A양돈장에서 저장조(450t)와 연결된 고무관을 발견됐다.

길이 30m, 직경 10㎝의 고무관은 숨골로 꽂아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돈업자가 고무관을 통해 수 년간 숨골로 분뇨를 방류하다보니 숨골 주변은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악취가 진동하는 뻘밭으로 변해 버렸다.

숨골 주변 땅속을 마치 분뇨 저장조처럼 이용한 셈이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고무관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땅속에 박혀 있어서 저장조가 넘쳐날 때마다 분뇨가 숨골로 스며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산간 숨골에 있는 양돈장마다 토지를 시추해 불법 배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돈장 왜 숨골에 들어섰나=40년 전부터 재래식 양돈장은 중산간 숨골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엔 하수관로가 설치되지 않았고, 분뇨 처리업체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돈사에서 나오는 분은 건조장에서 말려 퇴비로 판매했고, 뇨는 숨골로 흘려보냈다.

개방형 재래식 돈사는 1990년대부터 창문이 없는 무창돈사로 변경하는 현대화사업이 추진됐다. 돈사가 확장된 만큼 밀식사육이 가능해졌다.

도내 돼지 사육두수는 1990년 10만 마리, 1995년 24만 마리, 2000년 33만 마리, 2005년 40만 마리에 이어 2016년 56만 마리로 매년 생산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자체 분뇨 처리시설은 소홀히 하면서 양돈농가마다 분뇨 처리난을 겪고 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하수관로 및 처리시설 문제로 축사환경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재래식 돈사가 숨골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며 “현대화사업으로 좁은 재래식 돈사의 규모는 확장됐지만 처리시설에는 투자를 소홀히 해 무단 방류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처리 시설 포화=도내 296곳의 양돈농가에서 총 56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1일 분뇨 배출량은 2824t에 달하고 있다.

분뇨를 완벽히 정화해 바다로 방류할 수 있는 공공처리시설은 2곳 400t(14%)에 불과하며, 축산폐수를 자체 정화해 재활용하는 공동자원화시설은 7곳 1000t(35%)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1424t의 분뇨는 19곳의 분뇨자원화업체에서 50일 이상 발효한 후 초지에 액비로 뿌리고 있다.

그러나 각종 개발로 초지가 잠식되면서 액비 살포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분뇨자원화업체 관계자는 “양돈장에선 5000마리를 키운다고 신고하지만 실제로는 6000마리를 키우면서 서류상 분뇨 배출량과 실제 양은 차이가 난다”며 “액비를 뿌릴 초지는 줄어드는 데 농가마다 계약 물량보다 1.5배 더 많은 분뇨를 위탁하면서 처리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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