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덥석 물면 되는 눈먼 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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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가 줄줄 새고 있다. 제주의 실업급여 부정 수급 건수는 2014년 58명에서 2015년 52명, 지난해 12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부정 수령 금액도 2014년 6100만원에서 지난해 1억200만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7월 말 현재 154명·1억1000만원 규모의 부정 수급이 적발됐다. 실업급여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가 팽배하면서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생활형’ 부정 수급이 주를 이뤘다. 수급자가 재취업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추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채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근로 사실이 없음에도 근로자로 고용보험에 거짓 가입하거나 퇴직 사유를 다르게 신고해 실업급여를 타내는 식으로 진화한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부정 수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보통합관리시스템이 여태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포상금을 내걸고 제보를 받거나 고용노동청이 기획 조사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말을 맞추면 적발 자체가 힘들다. 처벌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으로 미약해 근절이 쉽지 않다.

사실 누구든 경기 상황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일하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들에게 실업급여는 분명 옳은 복지제도다. 구직기간 중 생계안정과 취업촉진을 돕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를 속여 타내는 건 이런 사회적 약속을 깨고 어려운 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꼴이다.

그런 면에서 실업급여 혜택은 단순히 쉬는 차원이 아니라 재취업에 도움을 주는 제도가 돼야 한다. 근로자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 차원의 해법이 나와야 한다. 구직 모니터링, 직업훈련, 지자체의 구제책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제도적 맹점을 없앨 수 있는 보완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국민연금 등 4대 보험기관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관리망 구축을 완료하는 게 그것이다. 그래야 이 제도가 유용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약자의 몫을 가로채는 잘못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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