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황소개구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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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괜히 냅다 뛰고/ 화를 내며 울어대니// 잠이 깬 사람들이/ 두 귀를 기울이다// 옳거니/ 막대기 들고/ 연못으로 갑니다.’

백승수 시인의 ‘황소개구리’라는 시조다.

‘깩, 깩’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사람들이 황소개구리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그 큰 목소리로 사람들의 잠까지 방해하니 미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막대기를 들고 한 대 때리려 연못으로 가는 게다.

1970년대 식용으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황소개구리는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외래동물의 대명사가 됐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이 자연계의 법칙으로 알았던 우리나라 국민에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황소개구리가 오히려 뱀을 잡아먹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몸집이 큰 이 황소개구리가 물 위를 펄쩍펄쩍 뛰다가 뱀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잡아먹는 것이다. 헉.

▲그렇다면 연못과 저수지의 무법자 황소개구리의 천적은 누구일까.

유영한 공주대 교수팀이 최근 황소개구리 올챙이와 갓 변태를 마친 어린 개체를 대상으로 수조에서 실험을 한 결과 메기, 가물치, 동자개 등 어류 3종이 황소개구리를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육식성 어류인 끄리, 뱀장어, 드렁허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고니, 큰고니, 쇠오리, 원앙, 홍머리오리, 가창오리 등 조류도 건드리지 않았다.

유 교수 팀은 “황소개구리 올챙이는 동작이 느리고 사람 손바닥만 해 포식자에게 훌륭한 먹잇감”이라며 “그러나 포식자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기피하는 것은 피부가 역겨운 냄새가 나는 점액으로 덮여 있어 포식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물치, 메기 등 토종 물고기를 많이 풀어놓을 경우 황소개구리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황소개구리가 있다. 이 황소개구리는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때문에 탐욕으로 가득한 사람을 빗대 황소개구리라고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부하 직원들의 돈을 먹든가, 친구의 돈을 먹든가, 이런저런 연유로 알게 된 사람의 돈을 먹는 등 낯가리지 않고 남의 돈을 먹는 사람을 황소개구리라고 욕하는 것이다. 진짜 황소개구리는 큰 목소리로 ‘깩, 깩’하지만 사람 황소개구리는 닌자처럼 소리 소문 없이 남의 돈을 먹는 것이 다르다.

물론, 두 황소개구리 모두 욕심 있게 생긴 것은 같다.

사람들이 막대기를 들고 언제 쳐들어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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