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지갑
돌아온 지갑
  • 제주신보
  • 승인 201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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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제주를 일러 예부터 삼다도(三多島)와 삼무도(三無島)라 했다. 삼다도는 돌과 바람, 여자(해녀)가 많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요, 삼무도는 대문과 거지, 도둑이 없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4년여를 제주에 살면서 느낀 것은 제주는 이 6가지 외에도 참으로 다양한 전통문화가 가득한 자연박물관이며 천혜의 보물섬이란 사실이다.

우선 제주에 가장 많은 돌, 현무암(玄武巖)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쏟아져 나온 용암이 차가운 물을 만나 굳어져 생긴 돌인데 까맣게 불에 그을렸으며 구멍이 송송 뚫어져 하나하나가 예술품이다. 다음은 영등할망의 들숨과 날숨으로 불어온다는 바람인데 이 바람으로 감귤이 무르익고 고기떼들이 연안으로 몰려오게 하는 돈바람이다. 또한 바당(바다)을 일터로 물질하는 좀녀(해녀)들 역시 제주의 전통적인 보물이어서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등재됐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 4대 영산 가운데 하나인 한라산(1950m)을 중심으로 368개의 오름들과 천연숲으로 이루어진 곶자왈, 폭포와 동굴, 해변의 구럼비, 추자도와 우도, 가파도, 마라도와 비양도 등의 비경의 섬들을 품고 있다.

삼다수라 부르는 맑은 물과 전혀 공장 굴뚝이 없어 청정한 공기와 토양, 면적은 서울의 3배나 되지만 인구는 고작 66만여 명에 불과해 쾌적한 환경이다. 더불어 아래한글이 살아 있는 ‘혼저 옵서예(어서 오세요)’, ‘폭삭 속았수다(매우 수고하셨습니다)’ 등 제주토속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육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제주의 독특한 전통문화는 과연 이곳이 우리나라인가를 의심케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제주에 머물게 됐지만 나는 이제라도 제주와의 만남을 참으로 고맙고 뿌듯한 생각이 든다.

자, 이제 오늘의 이야기로 들어가야겠다. 나는 최근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현금 23만 여원과 3개의 현금카드 그리고 명함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그만 잃어버린 것이다. 2시간 반 만에 다시 내 손에 돌아오긴 했는데 과연 육지에서 같으면 돌아올 수 있었을까 싶다. 육지에서도 여러 차례 가방이나 지갑을 잃어버렸지만 한 번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온 기억은 없다.

잃어버린 지갑은 누군가가 마트주차장에서 주워 마트 직원에게 맡겨졌고 다시 은행직원을 통해 내게 전달됐다. 과연 제주는 삼무도였다.

과거에도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살 때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놓고 깜빡 잊은 채 다음 날 아침 갔더니 그 물건이 그대로 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이래야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먹을 것인 줄 착각하고 물어갔다면 몰라도 사람이 자기의 물건이 아닌 것을 슬쩍 가져가는 일은 정말 삼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고 하지 않겠는가. 견물생심(見物生心)이 견물생심(犬物生心)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지갑을 습득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껏 양심을 지키면서 살아온 그의 도덕성이 시키는 대로 용기를 내었기에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려주었을 것 같다. 그의 그러한 도덕적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만약 그가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거하게 점심공양을 대접하고 평생 벗으로 사귀고 싶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자신도 어려우면서 남을 돕고 살아가는 보살(菩薩)의 화현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 지구가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굿굿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밖은 더워도 내 마음은 참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