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싸웠는데, 왜 휴대폰을 뺏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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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초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00는 늘 유쾌하고 인사성도 밝다. 그런데 오늘은 표정이 굳어있어 이상했다. “00야, 무슨 일 있었니? 오늘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물었더니 아빠한테 혼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근데요. 친구와 싸웠는데 아빠가 휴대폰을 압수했어요.”라고 툴툴거린다. 친구와 휴대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버지의 입장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중학교에 입학할 아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의젓한 장남으로 자라 집안의 대들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학원에서 친구와 싸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그것도 영어단어 숙제를 하지 않아서 보충으로 남아 숙제를 하다 그렇다고 한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는 졸업 선물로 사준 휴대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이 고까웠지만 참았었는데 이제 더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이참에 아들이 정신 차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휴대폰까지 빼앗았다.


▲아들의 입장


오늘 친구와 싸운 것은 순전히 내 잘못만은 아니다. 그 친구가 몇 번을 약 올려서 한 번 혼내주려고 하다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아빠는 내가 왜 그랬는지는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싸움질만 한다고 밀어붙인다. 물론 휴대폰 게임 하느라 영어단어 숙제를 못 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친구와 싸운 것으로만 혼내야지 휴대폰까지 뺏어버리는 건 너무하다. 우리 아빠는 맨날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다. 아빠한데 서운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자꾸 이러면 아빠하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친구와 싸웠다는 연락을 받으면 속상하시겠지만 그 마음 그대로를 표현하면 안 된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경청이 우선이다. “어떻게 하다 그렇게 되었니?”(무슨 말이든 우선 들어본다- 되도록 아이 입장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러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휴대폰 때문에 미처 못한 숙제, 친구와 다툼 등- 그러면 아이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을 표현한다) △아버지가 걱정하는 부분, 앞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마음을 보충해서 이야기한다. “아빠는 무슨 일이 있어도 휴대폰 때문에 할 거 다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폭력을 쓰는 건 어떤 경우에도 안된다. 약속할 수 있지?”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휴대폰을 해지한다던가, 학원을 끊든가 등의 예고를 미리 해주면 좋다. 그렇다고 아들이 꼭 그렇게 해줄 거라고 기대하기보다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까지 기대해보는 거다. 이런 과정 없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된다. 한 가지씩 차근차근 좋아질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게 자녀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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