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네 번째 바람난장이 보목리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보목리에서 바라본 섶섬의 모습.

세상에 태어나

한 번 사는 맛나게 사는 거 있지

이 나라의 남끝동

보목리甫木里 사람들은 그걸 안다.

 

보오보오

물오리 떼 사뿐히 내려앉은

섶섬 그늘

만조 때가 되거든 와서 보게

 

가장 큰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등 뒤에 있고

이 시대時代의 양심良心인 양

아무 말이 필요치 않은

사람들,

 

다만 눈으로만 살아가는

이웃들끼리

먼 바다의 물빛

하늘 한쪽의 푸른빛 키우며

키우며 아음에 등燈을 켜고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태어나

한 번 사는 맛나게 사는 거 보려거든

이 나라의 남끝동

보목리에 와서 보면 그걸 안다.

 

- 한기팔 「보목리 사람들」전문

 

   
▲ 대구에서 바람난장을 찾아주신 시인이자 시낭송가 오영희씨가 한기팔 시인의 ‘보목리 사람들’을 낭송하고 있다.

서귀포시 보목리의 옛이름은 볼래낭개이다. 볼레낭(보리장나무) 우거진 갯마을이라는 뜻이다. 섶섬과 제지기오름을 끼고 있는 보목리는 바닷가 어디를 가던 명품이다. 난장팀은 보목리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구두미’로 갔다가 8월 끓는 햇볕에 온몸이 익을 것만 같아 그늘이 있는 포구의 팔각정에서 판을 펼쳤다. “우리 마을은 자리가 유명합니다. 제주도에서 제일 맛있는 자리가 5월부터 잡혀서 자리물회, 자리구이, 자리젓 감으로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달려와서 마을 자랑을 쏟아내는 한우지 이장은 요즘 발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마을 일에 바쁘단다.

 

자랑은 이어진다. “우리 마을은 제주도의 최남단이라 아열대기후로 겨울에도 포근하기 그지없습니다. 눈이 내리면 개들이 짖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으흠, 개들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을 보고 놀라서 이게 뭣이다냐? 하고 짖는다고라. 그에 대한 화답으로 서귀포의 케니 지 나종원 선생이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고향눈」을 연주했다. 이어서 「유 레이즈 미 업」,「미라클」이 금빛 날개를 펄럭이며 바다로 날아갔다.

 

   
▲ 이 마을 출신인 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 시비 앞에서 바람난장 가족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의 시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한기팔 시인의「자리물회」를 송순웅 씨가 낭송한다. 구수한 목소리로 자리물회를 듣는 동안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온 사람은 물론이고 밥을 한 사발 고봉으로 먹고 온 사람의 입속에도 스르르 침이 고인다. 오늘은 게스트들이 화려하다. 대구에서 <나 다음 시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20년 넘게 시낭송회를 하고 있다는 시인이자 시낭송가인 오영희 님, 역시 대구의 시낭송가 박종희 님, 제주시에서 다리카페갤러리를 운영하는 문종태 대표, 그리고 서귀포의 숨비소리시낭송회 회원이면서 수필가인 정영자 님, 강은영 님. 화가 김미령 님, 이들의 공통점은 미남미녀라는 점.

 

김정희 시인이 오늘은 시낭송이 아니라 파격적으로 노래를 부른다. 대학가요제 입상곡 「이름 없는 새가 되어」, 이어서 대구의 자존심 오영희 님이 한기팔 시인의 「보목리 사람들」을 낭송한다. 하필 이때 마을버스가 들어오더니 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로 적극적 참여, 그래서 「보목리 사람들」은 한 번 더 낭송됐다. 이런 것이 다 이 마을을 읊은 시와 시인에 대한 예의다. 마을에 한 사람의 예술가가 살고 있음은 100개의 등불이 켜져 있는 것과 같은 것임을 사람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어서 한기팔 시인의 특강, 제목은「서귀포와 미당 서정주」정도가 되겠다. 미당이 새파랗게 젊은 시절, 22살 무렵 서귀포에 와서 떠돌았다. 정방폭포 부근에서 며칠, 보목리에서 며칠, 지귀도에 건너가서 며칠, 이렇게 6개월 정도를 서귀포에서 떠돌며 쓴 여러 편의 시 중 한 편이 「고을나의 딸」이다. 미당의 토속적이고 원시적인 생명력을 노래한 시편들이 제주도 하고도 서귀포에서 쓰여졌다.

 

   
▲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가 나종원씨가 ‘고향눈’을 연주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난장판을 끝내고 자리물회를 먹으며 새삼스레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주도의 땅과 바다, 마을, 저 넌출거리는 볼레낭 가지 하나도 모두 인스피레이션의 덩어리들이로구나, 그 노른자 속에 살고 있으면서 난 무얼 하고 있나 하는 깊은 생각.

 

 

글=김순이

사진=허영숙

연주=나종원

노래=김정희

시 낭송=송순웅, 오영희, 박종희

 

※ 다음 바람난장은 8월 26일 오전 11시 신산공원에서 문학동아리 축제와 함께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