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의 언어폭력으로 2명의 자녀와 집 나온 민경씨 가족. 민경씨의 소원은 영민이와 희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 하나뿐이다. 사진은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직원이 민경씨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재혼 가정에서 태어난 영민(13·가명)이와 희진(7·가명)이의 소원은 ‘아빠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너무나도 무섭기 때문이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자는 척을 하는 것이 영민이와 희진이에겐 예삿일이 돼버렸다.

 

새벽 시간마다 집 안 물건을 부수고, 엄마한테 짜증과 화를 내는 아빠를 방 안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영민이와 희진이에게 그 모습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다가왔다. 두 아이에게 아빠란 커다란 존재가 이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엄마 박민경씨(47·가명)는 “모두 내 잘못”이라며 두 아이를 데리고 그렇게 지옥에서 도망쳤다.

 

민경씨는 “남편은 예전부터 나와 다툼하다 생긴 문제에 대해 제때 화를 풀지 못했다. 툭하면 그릇 등을 부수고, 욕을 했다. 나에게만 하던 언어폭력 등이 이후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줬다”고 했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민경씨는 집에서 나온 뒤 두 아이와 여관,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불안과 우울 속에 살아갔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없어 도움받을 길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영민이와 희진이 역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결국, 민경씨는 두 아이와 함께 살 아파트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급히 마련한 보증금 등으로 아파트를 얻었지만, 두 아이와 아파트를 빼면 남아 있는 게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집에는 TV조차 없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일을 구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학원차량 운전기사로 취직에 힘겹게 성공하기는 했지만, 급여 80만원에서 월세 45만원을 제외한 금액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다.

 

이 때문에 영민이는 한창 또래들과 함께 놀 나이임에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친구들과 놀려면 돈이 필요한 데 내가 돈을 쓸 때마다 더욱 마음고생 할 엄마의 얼굴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서다.

 

철든 영민이에 반해 희진이는 피아노 학원과 미술 학원, 태권도 학원 등 어린 나이에 다니고 싶은 곳만 손으로 세고도 남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에 민경씨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민경씨는 “고향인 진주에 가면 지인들도 있고, 오래 살던 곳이어서 생활이 아무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두 아이 모두 제주에 있고 싶어 해 그러지 못했다”며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아이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어 다행이란 마음 아픈 생각을 하는 민경씨의 꿈은 두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바르게 커 가는 것 하나뿐이다.

 

민경씨는 “많이 부족한 엄마에게서 태어나게 해 미안하지만, 한편으론 고맙다”며 “영민이와 희진이 모두 너무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후원 문의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758-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