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지구를 떠나 우주 탐험을 하던 중, 불시착한 행성에서 유인원이 지배하는 세상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SF 영화다. 영화 ‘십계’의 주연인 찰톤 헤스톤이 주연을 맡아 상영 당시 선풍적 인기를 불러 모았던 작품이다. 영화의 라스트씬에서는 유인원이 지배하는 바로 그곳이 지구임을 암시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등장하여 반전을 보여준다.

원조 ‘혹성탈출’이 상영된 시기는 1968년이다. 원숭이가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다고 상상한 것이 벌써 50년 전인 것이다. 이런 상상이 영화로 탄생되고 사람들은 그 영화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고 허황된 이야기라 애써 외면하기도 했었다. 이후 혹성탈출은 여러 편의 후속 작품을 남기며 우리의 뇌리에 남겼다.

원숭이가 다른 동물에 비해 똑똑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 ‘칸지’라는 보노보 원숭이는 미국 조지아 주립대 언어연구소에서 생후 9개월부터 의사소통법을 익힌 원숭이로 유명하다. ‘칸지’는 200개가 넘는 단어를 익혀 600가지 넘는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칸지’의 소통능력은 3살 아이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보노보 원숭이 ‘칸지’가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는 점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칸지’는 언어를 익히는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을 보인 바 없으며 ‘나는 누구인가?’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과 원천적인 원리에 대한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 ‘혹성탈출’에서 원숭이의 인간 지배 가능성의 우려로부터 우리를 안심시키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동안 알파고의 열기가 뜨거웠다. 바둑 신동 이세돌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대국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국에는 상금 100만 달러가 걸렸고, 대국료도 판당 15만 달러가 걸려 있을 만큼 세간의 화제가 집중되었다. 결과는 4승 1패로 바둑의 최고 인간 실력자를 알파고가 이겼다.

이변이라 생각한 이도 있고, 당연한 귀결이라 여기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알파고와의 대국은 여러 면에서 다양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삶이 달라질 여러 분야가 등장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한 영역에 인공지능은 빠지지 않는 메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온다는 4차 산업혁명은 이제 50년 후를 예상하기에는 변화의 시간이 너무나 급속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미 우리의 일상에 너무나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안 되는 게 없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다만, 돈과 시간의 문제, 그리고 인간이 달라질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 돼버리고, 현실을 따라가기에 항상 버거움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칸지’를 통제하는 시대에서 이제 인공지능이 ‘칸지’를 통제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인간이 ‘칸지’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필자의 상상력과 호기심이 과장되거나 허황된 것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테슬라 모터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엘론 머스크의 경고처럼 ‘북한보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AI다.’라는 지적은 충분히 가능한 지적임을 되새길 일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많은 ‘혹성탈출’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