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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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와 처서가 지났지만 아직 더위는 여전하다.

더구나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저수지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비다운 비가 하루빨리 내려야 할 텐데. 하늘도 타고, 농심도 시꺼멓게 타들어 가고, 농작물들도 목말라 아우성치고 있다. 물의 존재감이 매우 절실한 때다.

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근본이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는 영원불변의 절대적 존재다.

사람의 몸은 체질에 따라 최저 55%에서 최고 95%의 물을 지닌다. 물이 없다면 우리는 한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물은 우리의 삶에 교훈과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사상에서, 물을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서 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진리는 자연의 순리에 따른다.’ 했다.

언제나 자연의 질서에 순종하는 미덕을 지닌 게 물이다. 남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모든 것을 품고 포용하는 어머니 품과 같은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가 흔들림 없이 그 명맥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물과 같은 ‘효’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를 부정하고 전통문화마저 뒤흔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개탄스럽다.

B 국회의원 외 14명은 ‘효’를 제외한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취지는 충·효 교육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지나치게 전통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으니 효를 제외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효를 삭제한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윤리관에 어긋나고, 현대 가족 해체 위기 속에서 효의 중요성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법 개정 저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마치 효도를 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발목을 잡고 오로지 충성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일로 오인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촛불집회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운운하기도 한다. 나무 하나만을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꼴이다.

설령,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꽃이라 해도 그것은 일부 국민들의 의사 표출일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들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과 정체성은 효다. 효는 법이기 전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요 미풍양속이다.

그런데 효로 인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젊은이들에게 마치 족쇄라도 채우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니, 그게 도대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인가. 가만히 두어도 되는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기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가슴에 담긴 마음’이라고 했다. 인간이 그냥 인간으로서 사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효(孝)라는 글자를 분석해 보면, 자식(子)이 늙은(老) 부모를 업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효의 본질인 부모와 웃어른을 삼가 모신다는 것에 기인한다.

부모가 없는 자식이 있겠는가. 부모를 잘 모시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이를 구속된 삶이라 여기고 있으니. 세월이 흐르다 보면 이내 몸도 늙기 마련이다. 부메랑이 되어 자식들에게 버림을 받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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