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 숨골 유입, 안일행정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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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코 막으며 참고 살았던 한림읍 주민들이 마침내 울분을 터뜨렸다. 지하수 통로인 ‘숨골’에 축산폐수를 버린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나서다. 성난 주민 400여 명은 29일 한림읍사무소에서 비양심 양돈농가와 안일한 행정을 규탄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축산분뇨 불법 투기에 대한 처벌과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궐기다.

주민들은 최근 한림읍 상명리의 한 채석장 바위틈에서 양돈분뇨가 쏟아진 것과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수십 년 넘게 자율규제에 맡기다 보니 지하수는 오염됐고, 주민의 행복추구권은 박탈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축산분뇨 처리실태 전수조사 △무단 배출 양돈업자 구속 △가축분뇨처리법 강화 국회 청원 △피해 방지 및 환경보전기금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주문했다.

더구나 불법 투기된 축산분뇨는 하류의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분뇨 유출 지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길이 70m, 폭 6m로 화물차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다. 이미 대량의 축산분뇨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상태다. 장기간 쌓인 분뇨로 펄이 형성돼 장화가 푹푹 빠질 정도라고 한다. 워낙 오염상태가 심각해 문화재 지정 여부가 난감한 지경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정말이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은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차적 원인은 돈벌이에 급급해 불법을 저지른 양돈업자에게 있다. 허나 당국의 대응이 무르고 무책임한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회성 방역이나 약품 지원 등 미봉책으로 무마했다는 거다. 해마다 단속과 처벌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그 실증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로 노여워해야 하나. 숨골은 우리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다니는 길이다. 여기에 폐수를 불법 투기한 것은 물에 독약을 탄 것과 다름없다는 주민들의 성토에 공감한다. 지하수 오염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말이 입증된 거다. 이참에 양돈분뇨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이번 일을 철저히 밝혀내 일벌백계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분뇨처리시설에 대한 상시 점검체계도 갖춰야 한다. 연후엔 주민과 농가 모두가 상생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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