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최근 한림읍 상명리의 한 채석장 바위틈에서 양돈분뇨가 쏟아진 것과 관련, 철저한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수십 년 넘게 자율규제에 맡기다 보니 지하수는 오염됐고, 주민의 행복추구권은 박탈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축산분뇨 처리실태 전수조사 △무단 배출 양돈업자 구속 △가축분뇨처리법 강화 국회 청원 △피해 방지 및 환경보전기금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주문했다.
더구나 불법 투기된 축산분뇨는 하류의 용암동굴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분뇨 유출 지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굴이 발견된 것이다. 길이 70m, 폭 6m로 화물차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다. 이미 대량의 축산분뇨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상태다. 장기간 쌓인 분뇨로 펄이 형성돼 장화가 푹푹 빠질 정도라고 한다. 워낙 오염상태가 심각해 문화재 지정 여부가 난감한 지경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정말이지 이 지경이 되도록 당국은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차적 원인은 돈벌이에 급급해 불법을 저지른 양돈업자에게 있다. 허나 당국의 대응이 무르고 무책임한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일회성 방역이나 약품 지원 등 미봉책으로 무마했다는 거다. 해마다 단속과 처벌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그 실증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로 노여워해야 하나. 숨골은 우리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다니는 길이다. 여기에 폐수를 불법 투기한 것은 물에 독약을 탄 것과 다름없다는 주민들의 성토에 공감한다. 지하수 오염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말이 입증된 거다. 이참에 양돈분뇨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이번 일을 철저히 밝혀내 일벌백계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분뇨처리시설에 대한 상시 점검체계도 갖춰야 한다. 연후엔 주민과 농가 모두가 상생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구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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