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없는 세상 없을까
비밀번호 없는 세상 없을까
  • 제주신보
  • 승인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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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대우
착한 나무꾼 알리바바가 우연한 기회에 무스타파 도둑 일당이 보물을 숨겨둔 동굴을 열고 닫는 주문(呪文)을 알게 된다.

그 주문은 바로 “열려라! 참깨’. 알리바바는 그 주문으로 동굴로 들어가 많은 보물을 들고나와 부자가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욕심 많은 그의 형 카심은 동굴로 들어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나오는 주문을 잊어버려 동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다. 아마 “열려라 참깨”는 역사상 최초의 비밀번호일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여성 혼자 사는 원룸 현관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침입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30대 남성은 이 원룸에 사는 여성의 원룸 출입문이 내려다보이는 계단 구석에 담뱃갑을 세워두고, 스마트폰을 넣어 동영상 기능으로 여성이 문을 여는 모습을 촬영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현대인들은 비밀번호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전화 통화를 위해 스마트폰을 켜기 위해서도, 집에 들어갈 때도 현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출근 후 책상 위 컴퓨터를 켜기 위해서도 비밀번호를,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때도, 타인에게 송금을 하기 위한 인터넷 뱅킹에서도 여러 차례 복잡한 비밀번호를 눌러야 한다.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할 곳이 너무 많고, 비밀번호의 자릿수도 서로 다르다 보니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모바일 뱅킹 등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낭패를 겪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알리바바처럼 비밀번호 해킹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보안 강화를 위해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비밀번호의 설정 조건도 갈수록 까다롭게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나 금융기관 등의 비밀번호는 영문 대문자와 소문자, 숫자, 특수문자 중 2종류 이상으로 구성할 경우 최소 10자리, 3종류 이상일 때는 최소 8자리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사이트마다 비밀번호의 기준이 다 다르다 보니 쉽게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메모지를 비밀스러운 장소에 보관했다가 이 보관 장소마저 기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하지만 비밀번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해킹에 노출, 금융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밀번호의 보안과 유지, 관리는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남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비밀번호 이용은 자신의 지갑을 열어 놓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킹사고로부터 나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년월일이나 차량번호, 전화번호 등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번호의 조합은 피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내용으로 구성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스포츠 종목 등과 관련해 일부 영문만 도입하고, 특정 단어나 특수문자를 섞어 쓰는 것이 좋다.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에 비밀번호는 4자리 숫자의 통장 비밀번호 하나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세상을 편하게 하기 위한 비밀번호가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 비밀번호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비밀번호가 없는 세상의 입구에는 아마 이런 문구가 쓰여 있을 것이다.

“비밀번호 없는 세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옆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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