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오-흰머리를 검게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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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이름에 얽힌 스토리가 있는 약재 중에 하수오가 있다. 하수오(何首烏)는 ‘어찌(何) 머리가(首 ) 검게(烏) 되었는가’라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검게 만들 수 있는 약재라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또 다른 내용이 있다. 하수오(何首烏)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생식기가 발달되지 못하여 나이가 들어서도 자식이 없었다.

하루는 술에 취해 밭에 누워 있다가 같은 종류의 덩굴 두 그루의 싹이 3~4번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것을 보고 괴이하게 여기고, 그 뿌리를 캐어 복용하였다고 한다. 일주일이 지나자 성욕이 느껴지고 백일이 되자 고질병이 모두 나았으며, 10년 후에는 아들 여럿을 낳았고 130살까지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그 덩굴이 바로 하수오이다.

고전에 종종 보이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이는 하수오의 강장 및 항노화 효과를 알려주기 위한 포장일 것이다.

하수오는 마디풀과에 속한 ‘하수오(Polygonum multiflorum Thunb.)’의 덩이뿌리이다. 보혈약(補血藥)에 속하며 신정(腎精)과 간혈(肝血)을 보익하여 자양강장의 효능을 가진다.

한의학에 머리카락의 생리와 관련하여 ‘발위혈지여(髮爲血之餘)’라는 표현이 있다. ‘머리카락은 혈의 여분이다’라는 의미로 두발의 영양은 혈에 의존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수오가 머리카락을 검게 하는 효능에 대한 한의학적 설명이다.

하수오 등 보혈약은 대체로 성질이 기름지기 때문에 소화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평소 대변이 무르거나 습담(濕痰)이 있는 사람은 적절하지 않다.

하수오의 줄기를 야교등(夜交藤)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한약재에 속한다. 야교등은 안신(安神) 효과가 있어 혈허로 인한 불면이나 다몽(多夢) 등을 치료한다.

하수오가 본래의 보혈 효과를 온전히 가지려면 복잡한 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쌀뜨물에 하룻밤을 담갔다가 검은콩 달인 물이 스며들게 한 후 그늘에서 말린다. 마지막으로 다시 감초(甘草) 달인 물로 버무려 햇볕에 말린다. 검은콩이나 감초로 법제하는 목적은 주로 독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이다.

하수오를 생용하면 설사로 배출하는 사하작용과 함께 해독소종(解毒消腫) 등 다소 상이한 효능을 보인다.

동의보감에서도 하수오는 양기가 몹시 허한 사람이 아니면 한 가지 약으로만 먹지 못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사실 하수오에는 몇몇 간독성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민간에서 한약재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대목으로, 아무리 식약 공용의 대중적인 약재라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약재에 대한 글을 쓰면서 한약재의 무분별한 채취와 오남용은 항상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이 원산지로 제주에도 현재 일부 농가에서 재배되는 하수오는 일명 적하수오(赤何首烏)라고도 한다. 이와 달리 백하수오(白何首烏)는 ‘백수오’의 별칭으로서 하수오와는 서로 전혀 다른 식물이다. 백수오(백하수오)에 대해서는 다음 차례에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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