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 때문에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하면서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민지씨 가족. 김옥녀 삼다적십자봉사회 회장이 권씨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이민지씨(66·여·가명)는 결혼 5년 만인 29살에 남편을 잃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좋은 아빠였던 남편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그렇게 가족 곁을 떠났다.

 

그 이후 찾아온 우울증과 심신 장애. 이씨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고, 도전이었다.

 

이씨는 슬픔과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 했지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수억원의 빚더미를 안게 됐다. 심신이 피폐해진 이씨는 거동조차 못해 6개월 동안 병상 신세를 졌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미납된 병원비가 그녀의 목을 옥죄었다.

 

병원 측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료비를 청구했고, 심지어 사채업자들까지 병실로 와서 “빌려간 돈을 내놓으라”며 윽박질렀다.

 

이씨는 지인 등에게 돈을 빌려 급한 불은 껐으나, 더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병원 생활 탓에 고혈압과 협심증, 당뇨 등 여러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발현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이씨는 단 한 명의 존재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이씨의 어머니 권미연씨(99·가명)는 한결같이 그녀의 옆을 지켜줬고, 어려운 생활에서도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뛰었다.

 

할머니가 모든 짐을 지는 게 싫었던 이씨의 딸은 중학교 졸업 후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친정 어머니는 어제나 오늘이나 손녀 얼굴을 보는 게 소원이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이씨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빚 갚느라 어머니에게 물에 밥을 말고, 찬으로 고추장과 된장만으로 내줄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이씨는 “평생 고생만 해 온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며 “못난 딸이 돼 죄송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현재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내분비내과, 정신과 등 모두 7개 과목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지만 진료비와 약값만 하루 20만원이 들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암이 전이될 수 있다며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이씨에겐 정밀진단이 그저 부담스러울 뿐이다.

 

이씨는 “아들이 그동안 병원비 1500만원을 대신 물어줬고, 며느리는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며 “나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에게 더는 손을 벌릴 수가 없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씨는 지난 4월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아들이 10년째 직장에 다니고 있어 지난 4월 이마저도 취소됐다.

 

친정 어머니는 매달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 22만원과 주거비 8만원 등 3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기초수급을 신청했지만 매월 20만원의 병원비 마련은 막막한 실정이다.

 

후원 문의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758-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