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중교통 체계가 30년 만에 확 바뀌었다. 1200원이면 도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관광지 순환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급행버스가 신설되고 대중교통 우선차로제가 새로 도입됐다. 비효율적으로 얽혀있는 644개 버스노선이 149개로 단순화됐다. 전국 최고 수준의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게 개편 취지다.

그리고 어느덧 ‘제주형 대중교통 체계’가 시행된 지 9일이 지났다. 한데 곳곳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관련 민원이 폭주하는 이유다. 그중 노선 불합리와 버스 시간 부정확이 가장 많다. 정류장 시설 미비와 운전자 불친절 등도 그 뒤를 이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3년을 준비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점투성이어서다. 물론 첫술에 배 부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 관련 당국의 자세를 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과 관련한 불만이 속출하는 와중에 이를 호도하는 듯한 잘못된 통계를 내놓은 탓이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중교통 이용객 늘어’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바로 그것이다.

제주도는 이 자료에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교통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이용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증가한 점을 들어 버스 이용객이 그만큼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버스 카드 리더기에 찍힌 횟수를 단순 비교한 것이어서 ‘버스 이용객 추이 분석’에 무리가 있다.

환승 시 중복 사용한 교통카드 이용 수치와 그동안 교통카드를 쓰지 않았던 70세 이상 노인들의 교통카드 사용 수치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년과 비교해 당연히 버스 이용 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달라진 대중교통 체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려면 최소 1년 정도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이 이런데도 급조된 자료를 낸 건 도민사회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여론 잠재우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지금 이 시점에도 준비 부족에 따른 시행착오로 잔뜩 뿔이 나 있는 도민들이 적잖다. 도교통당국의 진정성 있는 접근만이 이를 달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