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축산악취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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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양돈 집단산지를 중심으로 축산 악취에 참다못한 주민들이 거듭되는 양돈 축산 폐수와 악취 대책을 행정에 촉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 양돈농가가 빗물이 땅속의 지하수 함양지대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인 이른바 ‘숨골’에 축산분뇨를 흘려보내다 적발되면서 이 이슈는 제주 전역으로 퍼지고 있고, 여론 또한 악화일로다.

이런 사태에 즈음하여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왔다”며 “축산악취와 환경오염이 계속 발생하는 동안 행정당국은 무엇을 했느냐”면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또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으나 행정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로 민원사항에 대하여 해결은커녕 소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이 그간 수수방관한 결과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매우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조장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첫째, 일반적으로 특정 지역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전에 집단부담원칙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특정 지역에 관계되는 모든 주체들, 즉 국가·자치단체·역내 생산자 및 소비자 등이 사전에 환경오염의 방지 또는 감소 및 제거를 위한 시설 또는 장치의 설치를 위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여 대처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물론 주된 부담자는 행정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다. 이는 특히 특정 지역에서 축산분뇨 방출 등 환경오염사태가 발생하였으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환경오염문제 등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처방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행정의 본분은 공공성 강화, 즉 도민의 공공복리 증진 및 삶의 질 개선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래서 행정은 사전에 환경오염원의 발생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관계 법령이나 필요한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통해서 축산분뇨 등을 방출할 개연성이 큰 개인 또는 기업형의 축산사업자에게 축산분뇨 등의 방출을 차단하는 시설 또는 장치를 사전에 구비할 것을 강력하게 명령하고 이에 응(應)하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또는 간접적인 강제력을 동원하여 이에 준하는 상태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전반적인 상황에 비추어 전혀 그렇지 못했다.

셋째, 위와 같은 사전조치에도 불구하고 ‘열기체, 액체, 음향(音響), 진동 등 이에 유사한 것’이 특정 축산업자의 축사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 이웃의 건물이나 토지 등으로 발산(發散)·유입(流入)됨으로써 토지 등의 사용을 어렵게 하거나 이웃들의 주거 생활에 감내(堪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가져다주는 경우에는 관계 행정은 관계 법령에 따라 해당 축산업자에게 필요한 의법(依法)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런 조치는 없었다. 물론 여기서 ‘열기체, 액체 등’은 공기나 지표를 통해서 자연발생적으로 확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공동체의 공동생활에서 어느 정도의 생활 방해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아직까지도 297개 양돈농가의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위한 ‘근원적’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야 3억8000만 원 들인 용역을 통해 정밀실태 파악에 들어간 정도다. 행정은 누구를 위해 왜 존재하는가? 이 물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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