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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동티모르 교육자문관, 시인/수필가

“디악 까라에?”(안녕하세요?)“

 

“신, 본디아.”(예, 안녕하세요,)“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학생들이 일제히 동티모르의 국어인 테툼어로 인사한다.

 

오늘은 이 학교에 첫 출근하는 날이다. 지난주에 학교를 방문하여 교장, 교감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고. 오늘부터 나오기로 했었다. 첫날이어서 집에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40분쯤 걸으니 폐허 같은 개선문 진입로를 지나 철조망이 울타리를 감싸고 있는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학생 몇 명이 교정을 가로질러 갈뿐 너무나 고요했다. 교실과 교무실을 비롯한 모든 건물은 꼭꼭 잠겨 있었다. 2, 30분 학교를 둘러보고 사진도 몇 장 찍고 본관에 다시 오니 어떤 분이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가까이 가보니 드와르떼 코스타 교감 선생님이다. 직접 본관 문을 연다.

 

얼마 후 프란치스코 교장 선생님도 도착했다. 지난주에 나의 사무실로 결정된 곳은 시건 장치가 안 되어서 오늘까지는 준비해 두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상태다. 결국 바로 옆 청소 도구들이 있던 곳을 치우고, 그 곳을 사무실로 쓰기로 했다. 그런데 역시 문이 안 잠긴다. 문 잠금 장치가 들어가는 구멍이 너무 좁아서 걸쇠가 들어가지 못한다. 어쨌든 내가 업자에게 부탁하여 드릴로 구멍을 넓히고 문을 다시 분리해서 다시 달아서 완성했다. 책상과 목재 캐비넷도 구해오니 제법 사무실 다운 면모를 갖췄다.

 

그 사이에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두 모여 있었다. 선생님은 모두 교감, 학생부장, 영어선생님 해서 세분이 나와 있었다. 오늘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날이다. 특별한 개학식은 없었고 아마 나를 소개하기 위해서 일부러 모인 것 같았다.

 

나는 영어로 나의 걸어온 길과 이곳에서의 내가 해야 할 일 등을 간단히 얘기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은 아주 길고 장황하게 통역과 설명을 한다. 아마 전날 나와 나누었던 얘기들을 덧붙여 설명하나 보다. 재적 학생수는 1000명쯤 되는데 500명쯤 나온 것 같다. 좀 검고, 조금 체구가 작은 그러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잘 생긴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집중하며 열렬히 환영해 준다. 나도 그들의 얼굴에 희망과 꿈을 심고 밝은 미래를 향한 길을 닦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해야겠다고 거듭 다짐해 본다.

 

이날 대부분의 교실은 잠겨있었고 선생님들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늘에서 정담을 나누거나 아침부터 잠을 청하고 있었다. 수업 시작 종도 끝나는 종소리도 듣지 못했다. 실제 수업은 한 시간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감선생님은 방학 끝나고 개학하면 일주일간은 정상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 학생이나 선생님이나 아주 자유롭고 한가한 수업 적응 기간을 갖는 것 같다.

 

학생들은 만나는 아이 마다 “안녕하세요?” 하고 우리말로 인사한다. 너무 반갑고 정겹다. 물론 그 다음 말을 잇기는 어렵다. 이곳에는 세 분의 한국어 교사가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그 분들도 오늘 보이지 않는다. 아마 다음 주에나 나오려나!

 

이곳은 이 나라 수도 딜리다. 몇 달 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먼지와 모래와 매연, 그리고 따가운 햇살로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러나 이 건기가 지나고 우기가 오면 다시 대지는 축축해지고, 새로운 생명이 움틀 것이다. 그러면 화려한 꽃들도 앞 다투어 개화하리라 기대하며 바싹 마른 교정을 홀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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