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후보 시절 서울소방학교 내 소방충혼탑을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변수남 서울소방학교장.

2014년 제주 출신 강수철 소방령(48)에 이어 2016년 강기봉 소방교(29)가 순직했다. 이들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마지막까지 재난현장에 남아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소방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존경받는 직업 1위에 꼽히고 있다. 변수남 서울소방학교장(57·소방준감)은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소방관을 배출하는 데 앞장서 왔다.


 
▲감귤 창고에서 자취 생활=1960년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7남매 중 셋째로 출생한 그는 중문초·중학교와 오현고를 졸업했다. 부모는 남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지었다.


가정형편 상 고등학교 재학 시절 거처할 자취방을 구할 수 없었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고봉식 전 교육감은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그의 감귤원 창고를 내줬다. 이 창고에서 숙식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1984년 소방공무원에 입문한 후 방송통신대에 이어 제주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시절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 월부 책장사와 우유 배달을 했다. 월부 책장사를 하면서 알게 된 출판사 여직원과 1981년 결혼했다. 가족은 부인 현은자씨(59)와 2남이다.


육사를 졸업한 장남 창근씨는 소령으로 강원도 전방에서 복무하고 있다. 둘째 영근씨는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 ING그룹 채권분석팀 차장을 맡고 있다.

 

   
▲ 2011년 변수남 서귀포소방서장이 매일올레시장에서 전통시장 화재 제로화를 선포하는 모습.

▲서부소방서 창설 주도=2002년 제주소방본부 인사·조직담당(소방경)을 맡았던 그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제주서부소방서 설치 승인을 받아냈다.


소방서 신설에 따른 기초자료는 물론 관련 조례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1년 간 소방청의 자료를 분석·연구하고 조례 제정을 이끌어낸 끝에 2003년 서부소방서가 문을 열었다.


“기구와 직제, 인원, 예산 등 개서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한 건도 없어서 막막했죠. 창설 당시 119명의 인력과 예산, 장비를 배정하느라 밤을 새야 했죠.”


그의 열정 덕분에 한림·애월·한경·대정·안덕 등 서부지역의 안전을 책임 질 서부소방서가 탄생했다. 도심과 먼 거리에 있어서 화재·구조·구급에 취약했던 이 지역에 소방서가 문을 열면서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011년 서귀포소방서장에 오른 그는 매일올레시장 등 전통시장 화재 제로화에 나섰다. 아울러 끔찍한 사고현장 수습과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지 않도록 요가와 기수련, 음악치료 등 스트레스컨트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서장 당시 그는 종무식 대신 성요셉요양원을 찾아 목욕봉사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등 소외계층을 보듬었다.

 

   
▲ 변수남 서울소방학교장이 지난 1월 열린 삼무기원 행사에서 구보를 하고 있다.

▲장롱 면허를 개선하다=소방공무원 선발에서 대형 및 특수운전면허를 보유하면 가산점을 줬다. 그런데 대형면허를 보유한 새내기들이 신규임용 기본교육에서 대형차를 다루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운전전문학원에서 15일 속성코스로 면허를 취득해서다.


서울소방학교 근무 당시 그는 기본교육에서 대형차와 특수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장롱 면허 합격자들은 임용에서 탈락시킬 수 있도록 선발 제도를 개선했다.


“소방관은 고가사다리차, 물탱크차 등 대형차량을 조작해야 재난현장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죠. 제도 개선 이후 서울소방학교에 입교한 교육생들은 대형차량을 운전할 줄 알아야만 정식 소방관으로 임용됐죠. 소방관은 만능맨이어야 합니다.”


그는 소방관 선발 시 면접을 중요시한다. 심리전문가와 정신과 교수를 초빙해 심층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소방관은 폐쇄공포증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서는 안 되죠. 터널 안에 사람이 갇혔는데 들어가질 못하면 소방관이 아니죠. 본인은 믿으려 하지 않지만 심층면접을 해 보면 합격자 가운데 한 두 명은 이런 질환을 갖고 있죠. 주말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교육생이 무사히 수료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직원 사기 개선에 힘쓰다=그는 2013년 경기 일산소방서장으로 발령 났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해 1월 일산서 소방관 2명이 화재 진압 중 잇따라 순직해서다. 일산서 소방관 1명은 3770명의 주민을 담당하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즐겁게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자 피자를 직접 사들고 와서 즉석 번개팅을 마련했다.


직원 조회를 극장이나 야외에서도 했고, 직원들과 농구와 축구경기를 관람했다.


“문제는 나누면 해결되죠. 청렴 실천도 모두가 함께하면 해결할 수 있죠.” 일산소방서장 재직 당시 그는 전 직원들에게 청렴 서약서를 작성케 했다. 이 서약서를 모아 큰 액자에 담아 청사 내부에 전시했다.


전 직원들이 이를 보며 청렴을 다짐했고, 소방서를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 변수남 서울소방학교장이 신규 임용 교육생들과 역사·문화탐방을 가진 모습.

▲헬기 지휘 시스템 바꾸다=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사건으로 진도 앞바다에 수색 지원을 나선 강원소방본부 헬기가 복귀하던 중 추락, 소방공무원 5명 전원이 순직했다.


당시 소방방재청 소방상황실장을 맡고 있던 그는 재해·재난현장의 공중 지휘체계에서 혼선을 빚어왔던 헬기 구조업무를 일원화했다. 소방과 해경, 경찰, 산림청 헬기가 하늘로 출동했지만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비효율적인데다 전문성도 떨어졌다.


“한지붕 네 가족이나 다름없던 헬기 구조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기관 헬기 통합지휘 운영체계를 구축했죠. 이를 위해 당시 국민안전처 소방상황실 4개의 팀에 각각 항공관제사를 채용, 배치했죠. 공중의 통합지휘는 국민안전처 소방상황실의 항공관제사가 지휘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그는 제주 소방관들이 자원해서 중앙 소방부처에서 2~3년을 순환근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에도 연내 소방헬기가 배치됩니다. 헬기의 운영·관리에는 경험자가 필요한데 제주에는  없죠.중앙부처 근무를 해보질 않았기 때문이죠. 제주 소방관들이 중앙과 전국 소방관서에서 순환근무를 통해 다양한 구조경험을 하고 인맥을 쌓으면서 일취월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