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청소년을 위한 연암답사 프로젝트
‘열하일기’의 해설서 겸 유익하고 재미있는 가이드북. 연암 박지원은 100년 전 중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경이와 부러움을 우리나라에 적용시키고자 애썼다. 이제 슈퍼차이나로 거듭난 중국에서 연암의 발자취를 찾아가본다. 지도와 정보, 참고도서와 색인이 세심하다.


▲대담자
강민범: 서귀포고등학교 2학년. 어렸을 때부터 책을 끼고 살았다. 교내 독후감 대회나 4·3 문예백일장 등에서 다수 수상. 동아시아사, 기계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고 블랙뮤직을 사랑한다.


강창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동서양인문고전 강사. 서예가. 농부. 책을 읽을 때의 즐거움, 아이들과 소통할 때의 뿌듯함, 글씨를 쓸 때의 평온함, 그리고 감귤과 속삭일 때의 달콤함 등을 잘 버무려 치유의 삶을 갈망한다.


▲‘열하일기’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다시 태어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길을 종횡으로 누벼본다. 오늘의 시각으로 과거를 본다는 것은 또다른 작품을 쓴다는 말이다. 후대인은 당시의 삶을 훨씬 지나쳐왔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과거의 모습 그대로 볼 수 없는 약점도 있다. 그런데 자료와 정보를 충실히 검토하고 간절함을 키우다 보면 현장은 의외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저자는 충실하게 현장을 답사했고 이후 자료들을 섭렵하면서 연암이 실수해 잘못 이해했던 점들까지도 밝혀냈다. 18세기 연암의 연행 코스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바라본 세계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강창주(서귀포시민의책위원회 위원, 이하 ‘시민의 책’): 평소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강민범(이하 ‘강’): 예, 알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일야구도하기’와 ‘양반전’ 등을 배운 적이 있어서 많이 들어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열하일기’를 직접 읽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고미숙의 해설본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를 읽은 적은 있네요.


시민의 책: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체적인 느낌은?


강: 열하일기의 공간적 배경에 대한 가장 훌륭한 해설본이 아닐까 싶어요. 압록강 도강 이후 북경을 거쳐 열하에 이르기까지 과정과 답사처를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여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연암이 놓친 사소한 부분까지 정확히 고증해 주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연암이 갔던 연행의 길을 따라서 직접 답사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시민의 책: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


강: 저는 이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데요. 수미산복수지묘 등의 열하 외팔묘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티베트 불교라는 이단의 학문까지 연구했던 연암의 호기심과, 그럼에도 불상을 버리라고 주장했던 유자(儒者)로서의 한계 또한 드러냈던 대목으로, 지식인의 사상적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시민의 책: 연암은 지금의 자금성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강: 연암이 공식 사신의 신분이 아니었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궁 부분은 황제와 황실 여성들의 사적인 공간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금성의 정전인 태화전까지는 들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연암이라면 과연 어떻게 묘사했을까?’ 하고 궁금증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시민의 책: 연암 일행이 잦은 비로 물이 불어 며칠 째 강을 건너지 못하자 사행단의 대표인 박명원이 “만에 하나라도 우리 사신에게 황제의 생일 전에 열하로 오라는 명이 내리면 날짜가 부족하여 어찌할 것인가?”라고 염려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연암은 북경에서 열하까지 가는 동안 잠이 부족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연암이 한 말이 생각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은?


강: 8월 4일에 지령을 받고 9일까지 열하에 가려면 하루에 평균 50km씩 가야 했습니다. 강을 한번에 9번 건너고 밤에 고북구를 빠져나오는 등의 상상하기 힘든 강행군이었죠. 그 정도 일정이었으면 에너지 넘치는 연암도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연암은 “내 장차 연암 산중 집으로 돌아가면 일천하고도 하루를 더 자서 송나라 은자인 희이 선생보다 하루를 더 자리라”라고 다짐을 합니다. 얼마나 잠에 한이 맺혔으면 그랬을까요? 저도 시험 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하다 뒷날 학교에 가면 잠이 부족해서 힘겨운데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거 같아요. 아니, 연암은 그 이상이었겠죠. 아무리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졌어도,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시민의 책: 연암은 열하로 가는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많이 겪습니다. 그런데 험난한 여정이 오히려 연암의 사유를 풍요롭게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말한다면?


강: 불편함, 혹은 낯선 곳에 있다는 거리감 또는 어색함이 공존할 것 같지만, 그 정도의 단점은 감수할 만하다고 봅니다.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거기에서 오는 설렘이 더 클 테니까요.


시민의 책: 연암 박지원이 중국 연행을 통하여 넓은 세계와 호흡할 수 있었던 18세기 후반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한 느낌은?


강: 조선이 마지막 번영의 불꽃을 태웠으나, 이미 성리학이 너무 고착화되어 결국 이데올로기의 교체 텀을 놓쳐 버렸고, 결국 세도 정치와 외침이라는 파국의 단추를 끼운 시기가 아니었을까요? 실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혁이 진행되긴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에는 실패했고, 이것이 결국 조선의 대, 내외적 혼란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책: 연암 박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강: 사상이나 당파를 떠나서, 유머러스함과 무게감이 공존하는, 제가 아는 동양 사상가 중 가장 유쾌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책: 평소 민범 학생을 보면 청소년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다는 걸 느끼곤 하는데 어떻게 소양을 쌓았나요?


강: 아, 그렇게 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든 책은 다섯 번 이상 읽었던 경험도 여러 번 있었어요. 특히 역사, 문학, 과학 분야를 좋아했고 지금은 더욱 다양하게 읽으려고 하죠.


시험기간에도 책만 읽는다고 엄마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 지금도 수능과 학교시험이 없으면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을 때가 많아요. 아마 이러한 점들이 다른 친구들보다 좀 다르게 보였나 봅니다. 근데 이런 얘기 하려니 쑥스럽네요.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 서귀포시 서부도서관에서 대담 중인 강민범 서귀포고 학생(사진 오른쪽)과 강창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시민의 책: 이 책을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강: 내용이 쉽고 구석구석 세밀한 부분까지 명료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저와 같은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암의 노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픈 사람, 열하일  기 루트 그대로 여행을 떠나고픈 여행자들, 혹은 ‘연암 박지원’ 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거나 열하일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시민의 책: 자신에게 책이란?


강: ‘독만권서 행만리로(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의 여행을 떠나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것과 경험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인 저에게 책은 좋은 경험입니다. 기행문이든, 소설, 설명문 등 제가 겪어본 적 없는 것을 보고 느끼게 해 줍니다. 또 실제 가고 싶다는 마음을 부르기도 합니다. 


진부할 표현일 수 있겠지만, 책은 다른 곳,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