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무단 방류 파문’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아니 가시긴커녕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심한 악취를 풍기는 엄청난 양의 돼지분뇨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숨골에 몰래 버려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년 동안 말이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양심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다. 주민들의 식수원이 위협받고 있기에 더 그렇다.

결국 돼지분뇨 8500t을 숨골에 불법 배출한 양돈업자 2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거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몰지각한 양돈업자들이 내버린 가축분뇨가 수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은밀히 행해지는 불법 투기 행위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관련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의구심이 크다. 갑갑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7일 열린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제주도의 깜깜이 행정과 안일한 대응 문제가 도마에 오른 이유다. 의원들은 축산분뇨 처리와 관련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도당국의 책임을 물으며 가축분뇨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해온 게 화를 키웠다고 질타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특히 행정당국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데 어이없어하며 냄새저감 TF팀을 구성해 운영하다가 슬그머니 해체시킨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번 현안보고에선 가장 기본적인 돼지사육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다 무허가 축사 실태 조사마저 이뤄지지 않아 관리시스템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총체적인 부실이다. 왜 단속을 못 했는지 의아스럽다.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다 보니 여기까지 온 듯싶다. 단 한 번이라도 현장에 직접 가 점검했더라면 상황은 매우 달랐을 게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지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도정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조치를 검토해 이번 기회에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겠다”고 약속했다.

뒤늦게나마 원 지사가 ‘가축분뇨 투기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만큼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과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실행을 통해 무단 방류 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