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이 처지가 그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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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서울의 한 지역 주민들이 집 근처에 특수학교가 생기지 못하도록 소송을 낸 적이 있었다. 결과는 대법원의 주민 패소판결로 끝났다. 우리 사회 도처의 ‘님비현상’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이른바 명문학교 주변엔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서로 살겠다고 아우성친다. 허나 같은 학교라도 가까이 두길 꺼리는 학교도 있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서울의 경우 지난 15년간 단 한 곳도 들어서지 못했다.

전국에 등록 장애학생만 9만명인데 특수학교는 173곳밖에 안 된다. 그들이 공부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몸 불편한 아이들이 통학에만 하루 2~3시간씩 쓴다. 부모들이 따라다녀야 해 등하교 잔혹사가 따로 없다. 그럼에도 주민 반대로 특수학교를 건립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단지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짐작 탓이다.

▲2008년 대전시 가오지구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교 담장을 과감히 헐어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유독 학교 주변 아파트 가격만 강세를 보인 것이다.

그간 이 지역엔 가오초·가오중학교와 대전맹학교, 정신지체아들이 다니는 혜광학교 등 4개교가 이웃했다. 이들 학교 학부모와 주민들은 높은 담장 때문에 학생 간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봤다. 1년의 논의 끝에 학교 담장을 모두 철거했다. 장애인시설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 뒤 모든 아이들이 서로를 껴안고 토닥였음은 물론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벽을 허물면서 소통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담장을 철거한 자리엔 체육시설과 녹지공간이 자리했다.

궁극엔 단절을 허물고 편견을 버렸더니 ‘집값 상승’이라는 새 등식이 선보였다고 한다.

▲지난주 서울 한 지역의 특수학교 토론회장의 모습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절까지 했다. 때리면 맞겠다며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름지기 장애인일수록 정상인보다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을 필요로 한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결국 최소한의 교육기회마저 박탈하게 된다. 평생을 의존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당위와 실제는 다르기 때문에 주민 입장에서 생각해볼 대목도 분명 있을 터다. 하지만 특수학교를 기피 내지 혐오시설로 치부해 건립을 반대하는 건 야박한 걸 넘어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닌 듯싶다.

특수학교는 생존권이자 인간의 기본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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