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간 러시아
다시 찾아간 러시아
  • 제주신보
  • 승인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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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선교와 신학에 관한 일로 1990년대부터 러시아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30회 정도 그곳을 찾아갔다. 그동안 러시아 사람들과 친분이 생겼고 현지의 신문방송이나 경찰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6년 전 겨울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경찰에 붙잡혀 재판을 받는 사건이 생겼다.

고려인 친구가 이끄는 대로 다니다가 외국인 통행 제한 지역을 넘어선 듯했다. 한겨울 토요일 저녁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고, ‘5년 동안 입국 금지’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 후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을 하면서 모스크바의 차가운 하늘을 떠나와야만 했다.

다시 러시아에 갈 수 있을지? 러시아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에 붙들린 채 지난 여러 해를 살았다. 그러다 일 년쯤 전에 러시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5년이 다 돼 가는데, 러시아에 다시 찾아올 생각인지? 다시 오겠다면, 필요한 절차를 알아보겠다.”라고. 그렇게 해서 다시 러시아로 가는 절차가 시작됐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법적 기간이 다 됐다 해서 나를 다시 받아줄 것인지, 모스크바 공항을 통과하는 것도 카프카즈의 현지 공항에 들어가는 것도 역시 문제라고 생각됐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문제였다. 염려가 된다 해서 가지 않는다면 용기 없는 무책임한 인간으로 남게 될 거 같았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지난 8월에, 이제는 러시아에 가야겠다고 결심을 굳히게 됐다.

여러 가지로 마음을 졸이면서 준비를 했다. 그리고나서 인천공항에서 출국절차를 진행하는데 무언가 잘못된 게 있었다. 항공권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름 영문 철자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출국하는 것은 어떻게든 통과시켜줄 수 있는데 돌아올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여행사와 항공사에 전화해서 해결하려 했지만 해결이 어렵다고 했다. 이럭저럭 마음에 부담을 안고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마음을 졸이는 세월과 부담스러운 절차를 거친 후에 막상 모스크바 공항에 입국할 때는 의외로 간단했다. 예전에 비해서 권위적인 절차들이 많이 변해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두 밤을 자고 나서 블라디카프카즈의 공항을 향하게 되었다. 법적으로는 기간이 지났지만 공항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마음을 졸이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많은 친구들이 공항에 마중을 나왔었다. 고위 관리인 친구가 마중 나올 때가 있었고 공항의 귀빈실로 다닐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법대로 재판을 받아 쫓겨났던 나를 그들이 예전처럼 맞이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현지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면서 밖을 내다보는데 마중 나온 사람이 없는 듯했다. 연락은 다 되었을 텐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면, 이 밤에 어디로 가야 할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염려하던 중에 저 유리문 밖에서 누군가 반갑게 손짓을 했다. 친하게 지내던 목사님의 부인이 마중을 나왔다. “아!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었구나.” 하면서 짐을 찾고 주차장으로 가는데, 주차장 저편 어둠 속에서 굵은 러시아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공화국의 인권위원장인 친구가 다가오더니 손을 잡고 포옹을 하면서 감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의 새 자동차를 가리키면서 이게 한국산 기아 자동차라고 소개하면서 어둠 속에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 자동차에 짐을 싣고 공항을 빠져나올 때쯤, 그들에게 다시 받아들여졌다는 느낌 때문인지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