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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호/수필가

‘다움’은 ‘무엇과 같다’ 혹은 ‘얼마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뜻을 지닌 접미사 ‘-답다’의 명사형이다. 이 용어의 참다운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는 얘기가 있다. 《논어》 <안연>편에 난세를 해결하기 위한 제경공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 수록되어 있다. 이른바 정명학의 대표 화두로 일컬어지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부분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나라를 편안히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책임을 다하여 모범을 보이고,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태평성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차 되뇌어 보아도 고금(古今)을 초월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

 

공자(孔子)의 정명사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자기가 가진 이름에 걸맞게 제 할 일, 제 구실을 다하는 올바른 생활태도를 지향하는 사상이라 할 것이다. 환언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처지와 여건에 맞추어 올바르게 행동하는 삶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결국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나다움’을 찾는 일이 아닐까. 쉬운 듯 까다로운 명제라 여기지만, 시시각각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본적 삶의 원리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를 터이니 현실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다를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자기중심 심리학’의 저자 사이토 이사무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 본성에 자기중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착오 컨센서스’(Fault consensus)의 함의(含意)가 그러하다. 우리는 흔히 자기가 대처하는 방식이 당연하고, 남들도 당연히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자기다워지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참된 나다움’의 부재는 곧 각종 부조리, 사회적 불협화음, 속칭 갑질, 적폐 등을 양산하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는 것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상실하는 첩경이기에 숙고할 일이다.

 

청명한 하늘과 조석으로 감도는 서늘한 기운이 제법 가을답다. 이런 호시절에 맞이하는 가을걷이는 이내 풍요로 이어진다. 차제에 짬을 내어 나의 정체성을 수확하기 위한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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