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의 진가는 껍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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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제주감귤은 ‘비타민 덩어리’라고 불릴 정도로 비타민C가 풍부하다. ‘국민 비타민’이 감귤(柑橘)의 애칭이 된 까닭이다. 앞으로 10일이 지나면 전국의 소비자들은 싱싱하고 새콤달콤한 올해산 노지감귤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10월 1일부터 유통시장에 본격 출하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귤림추색(橘林秋色)’의 계절이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하우스 재배로 연중 감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래도 제철에 자란 노지감귤만 한 게 없다. 한데 감귤을 먹을 때 대부분 알맹이만 먹는다. 하지만 귤의 진가는 껍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영양소로 똘똘 뭉쳐 있어서다.

▲귤껍질엔 비타민C가 열매보다 4배나 많다. 색소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식유섬유인 펙틴, 콜레스테롤 성분을 낮춰주는 테라빈유, 항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 등도 들어있다. 특히 과일 중에 유일하게 헤스페리딘이라는 비타민P가 함유돼 있다. 귤껍질을 말려 약재로 쓰는 이유다.

귤피(橘皮)는 이처럼 귤껍질을 말린 것이다.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다. 오래된 것일수록 약효가 뛰어나다. 이것을 진피(陳皮)라고 한다. 그 색은 오랫동안 말린 탓인지 노란 게 어두운 갈색으로 변한다. 여기서 ‘진(陳)’자는 ‘오래 묵었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 진피는 ‘이기약(理氣藥)’으로 ‘건비조습(健脾燥濕)’ 작용을 한다. 기병(氣病)을 치료하는 약으로 비장(脾臟ㆍ소화기 계통)을 튼튼하게 하고 습(濕)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비장이 약해지면 몸이 습해진다. 그럴 때 몸이 무겁고 늘어지며 쉽게 피곤해진다.

이는 현대의학적으론 대사증후군에 해당한다. 고혈압, 복부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응고 장애 등이 한꺼번에 발병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배 나오고 살찐 중년에 나타나기 십상이다. 동의보감에선 이를 두고 ‘기일즉체(氣逸則滯)’라고 했다. 움직임이 적으면 기와 혈이 정체돼 질병이 생긴다는 말이다.

▲진피의 효능은 다양하다. 기침ㆍ가래의 명약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비장, 위장 등의 소화기를 보강하고 소화불량, 식욕감소, 구토, 구역질을 다스리는데 처방된다. 천연 다이어트제로 살 빼는 데 효과적이다.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 미용에도 좋다.

거기에다 항염,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비만 등의 약리효능이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만한 약재가 없는 듯하다. 귤껍질을 벗겨내고 과육만 먹는 게 너무 아까운 것 같다. 제주한의학연구원이 진피의 활용방안 연구에 ‘동분서주(東奔西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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