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들, 희생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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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불난 집에 달려가 불 끄고 사람 구했더니, 현관문 변상해라 했단다.

말이면 다 말인가. 기가 막힐 일이다. 살맛나다가도 어이없는 이런 일 앞에 서면 막막하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게 화재사고 소식. 강릉에서다. 퇴직 1년을 앞두고, 한 분은 취업 8개월인데 현장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에 깔려 일단 구조했지만 병원 이송 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박한 사고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바로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이다, 그들은 화염 속으로, 위급한 재난의 상황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희생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매우 어려운 처지다. 여차하면 폭행·폭언에 시달린다.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언동이라 하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근무 환경이 좋지 않다. 대우는 만날 제자리걸음. 그들의 존재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이나 하는 건지, 처우가 박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소방관들은 화재 예방·진압, 태풍·홍수·건물 붕괴·가스폭발 등 재난사고에 즉각 대비해야 한다. 비단 화재 발생 시만이 아니다. 위험 요인을 수시 검색하고 건축물 안전도를 심사한다. 각종 소방장비와 차량 그리고 소화 기구를 점검하고 그 기능 상태도 관리해야 한다. 불이 나지 않으면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있으려니 여긴다면, 당토 않은 착각으로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소방관은 고위험군 직종이다. 그런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신과 진료 상담 횟수가 2012년 484건에서 2016년 5087건으로 4년 새 10배로 늘었다는 게 이를 실증한다. 어간 극단적인 선택의 경우도 총 47명에 이른다지 않는가.

일정 기간에 승진 못 하면 계급 정년에 걸려 퇴출된다. 일하다 다쳐도 공상 혜택을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국가의 지원으로 치료받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 스스로 서류를 갖추다 끝내 소송으로 가는 예가 적지 않다 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에다 미흡한 지원, 근무 환경이 참으로 열악하다.

더욱이 놀라운 건 소방관의 급료다. 5년차 6호봉 소방교의 월급명세서가 공개됐다. 급여 합계 182만 8560원, 실수령액이 156만 9890원. 위험수당이 4만 5000원이라니 놀랍다. 매일 위험에 노출돼 있는 그들에게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그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채 살얼음판을 딛고 서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그래서 미리 유서를 남겨 놓기도 한다. 그나마 요즘 들어 소방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일 테다.

위급한 상황 앞에 번개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소방관이다. 그들은 우리 가장 가까이 이웃으로 있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기 위해, 언제든 출동하기 위해 비상대기하고 있는 그들이다.

언제던가. 자동차에, 한 번은 집 안에 뱀이 들어왔다고 신고가 들어가자 긴급 출동해 처치하는 장면을 보도를 통해 본 적이 있다. 급류에 휩쓸리는 산행객을 로프로 구조하는 아찔한 장면을 본다. 소방관은 단지 화재만 진압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1분 안에 출동한다.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게 그 시간이다. 방화복·안전화를 챙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눈 깜빡할 사이, 찰나다.

한 사람의 생명이 그들 손에 달렸다. 119 응급환자를 싣고 도심 속을 내달려 응급실로 이송하는 순간순간, 그들은 얼마나 가슴 죌 것인가.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 사회 ‘필수인(人)’, 국민들로부터 의당 존경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희생으로 산다. 우리는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진심으로 응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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