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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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호부견자(虎父犬子)는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유비가 죽기 전에 제갈량에게 유언을 했다. “내 아들 유선을 잘 부탁합니다. 만일 유선이 황제로서 부족하다 싶으면 공이 황제가 되세요.” 제갈량은 유비가 죽은 후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유선을 보필했다. 그러나 유선은 제갈량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환관들의 말에 현혹되어 그를 의심한다. 이후 제갈량이 죽자 환관들의 횡포가 심해졌고 촉나라는 위나라 사마소에게 망하고 말았다. 얼마 후 사마소는 촉나라에서 끌려온 대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회를 베풀었다. 이때 촉나라 대신들은 사마소가 들려준 촉의 음악을 듣고 모두 슬퍼하는데 유선 혼자 연회를 즐겼다. 의아하게 여긴 사마소가 “촉이 생각나지 않으시는가”라고 물었다. 유선은 “잔치가 즐거우니 촉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이에 사마소는 “아버지는 호랑이 같이 훌륭했는데 아들은 개와 같이 어리석구나(虎父犬子)” 하고 생각하며 경계심을 풀었다.

▲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농사라고 했던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유명인들이 자녀들 때문에 속앓이한 경우는 허다하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도 자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장남이 총으로 자살을 기도하다 미수에 그치자 그는 “총 하나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 주제에…”라며 탄식했다.

영국 윈스턴 처칠의 아들 랜돌프 처칠은 정치에 대한 야망은 대단했으나 전형적인 ‘파파 보이’였다. 그는 아버지는 대(大)처칠, 자신은 소(小)처칠이라고 자부할 정도였다. 이런 그에게 영국 민심은 ‘자기도취에 빠진 런던의 아기 공작새’라는 야유를 보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아버지가 총리일 때 단 한 차례 당선됐을 뿐 여섯 번이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처칠은 정치가들을 초대한 디너 파티에 아들을 참가시켜 토론을 하게 하는 등 랜돌프의 교만과 허영을 부채질하기에 바빴다. 만년에 그는 술로 지새우다 간경화로 변사하고 만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식들 가운데 세간으로부터 ‘호부견자’ 소리를 들으며 눈총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다.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해 교도소에 들락거리며 수감생활을 했는가 하면,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이권에 개입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필로폰 밀반입·투입·소지 혐의를 받은 정치인의 아들이 구속됐다.

▲ ‘팥 심은 데 팥 나고 콩 심은 데 콩 난다’고 하지만 위인이든 범인(凡人)이든 자식을 제대로 키우기란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하겠는가. 반대로 자식 노릇하기도 그리 쉽지 않다. 부모는 자식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기를 바라나, 자식은 큰 나무의 그늘이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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