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구호에 그치는 용천수 보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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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 보전·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일이 드러났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가 화북포구의 용천수 ‘큰짓물’을 시멘트로 메워버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물줄기가 끊긴 데다 고인 물로 악취가 풍긴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주차공간으로 전락한 상태라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큰짓물은 조선시대 화북포구로 부임하는 목사들이 가장 먼저 갈증을 달랬다는 유서를 간직한 곳이다. 또 상수도가 공급되기 이전엔 식수원으로 사용된 주민들의 젖줄이기도 하다. 근데 행정에 의해 이곳 수량이 고갈된 것도 모자라 용천수 원형이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제주도의 용천수 보존대책이 무색할 따름이다.

보도를 보면 상하수도본부가 하수관 교체사업을 벌인 후 이곳 물줄기가 끊겼다고 한다. 용천수가 흐르지 않아 고인 물로 악취 민원이 제기되자 지난해 9월 큰짓물을 시멘트로 덮어버린 거다. 원인 제공도, 사후 행위도 모두 행정이 저지른 셈이다. 아쉬운 건 정녕 이 방법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 아닌가.

그러지 않아도 도내 곳곳에 산재한 용천수 상당수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마당이다. 제주도가 올해 초 내놓은 용천수 실태보고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도내 용천수 1025곳 중 364곳(36%)이 이미 멸실됐고 661곳만 확인이 가능했다는 거다. 그중 수량이 고갈되는 곳도 227곳(34%)에 달하는 등 훼손이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50, 60대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곳곳의 용천수에선 숨골을 거쳐온 시원한 물이 펑펑 솟아올랐다. 그만큼 용천수는 도민들에게 귀중한 생명수였다. 식수를 비롯해 생활·농업용수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온 거다. 하지만 각종 개발행위로 상류의 수맥을 뚫자 물줄기가 말라버린 곳이 흔하다.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주의 물 부족은 예고된 상태다. ‘제주광역도시계획’ 등을 보면 2020년부터 물이 모자라게 된다. 지하수 의존에서 벗어나 용천수 활용도를 높이라는 경고음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용천수 하나하나를 지켜내 대체수원으로 활용하는 게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제주의 물은 후손에게 물려줄 자산 중의 하나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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