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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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뜨거운 햇볕도 유순해졌다. 들숨 날숨을 크게 쉬었더니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머지않아 짙푸른 산야도 붉게 물들면서 능선을 타고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리라. 가을은 정녕 우리가 바라는 유토피아 세계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정세는 나라 안팎으로 얽히고설켜 복잡하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꿈이 단숨에 이루어질 것처럼 마냥 가슴이 부풀었었다. 그러나 이루어지기는커녕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마비 상태고, 정부는 과거 행적 들추기에 혈안이다. 정치권은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연일 미사일을 쏘아 대고, 중국은 사드 설치 문제로 생트집을 부리고 있으며, 미국은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그런가 하면 촛불집회와 노조파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보수와 진보가 양극화되어 자신들 목소리 내기에 겁겁하다. 상생해도 부족할 판에 제 주장만 내세우고 있으니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인사가 만사라 한다. 요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관과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청문회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런데 후보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벌써 여론의 뭇매에 낙마한 후보자만 다섯 손가락을 채웠다.

특히 주식 거래 차익과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던 Y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1년 새 12억 원 수익을 올려 주식 재산만 15억이 넘는다고 한다. 주식의 귀재라 할 만하다.

후보자는 재산 형성 과정에서 ‘국민들이 갖고 계시는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고,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주식투자와 관련해 어떠한 위법이나 불법이 개입된 적은 없다.’고 항변한다. 범골(凡骨)의 가슴엔 응어리진 울화만 치민다.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도덕성이나 과정이 문제다. 관리자가 되려면 조그만 흠집도 있어서는 안 된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고, 큰 둑도 개미의 작은 구멍에서 무너진다.’는 말을 곱씹을 일이다.

대통령이 야당 시절에는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을 정하고 강력하게 반대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딴전을 부린다. 자신들의 입맛 맞추기에 이골이 나 있다. 고작 해명하는 말이 너무 서둘러 하다 보니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해명 치고 무게가 없다.

고위 관리자가 되려면 그만한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코드 인사나 운이 좋아 그 자리를 꿰찬다면 행복은커녕 자신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마라톤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몸 관리에 들어간다. 식사도 조절하고 풀코스를 뛸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만약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뛰고 싶어도 이내 포기를 해야 한다. 자신만을 믿고 밀어붙이다가는 생명을 잃거나 불행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사람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했다.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될 사람. 나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 리더가 되려면 최소한 겸양만은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이 말한 무소유를 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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