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정반합을 위한 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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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자연과학대학장/논설위원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마스 제퍼슨은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 중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정부 없는 언론을 주저 없이 선택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며, 중요한 만큼 사회적인 책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활성화되면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들 중에서 어떤 정보들을 선택해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합리성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인간의 합리적인 정보 선택 및 판단을 방해하는 심리기제들이 인간의 본성 안에 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두 사람에 대한 서술이 있습니다. A는 지적이고, 근면하고, 고집스럽고, 충동적이며, 질투심이 많습니다. B는 질투심이 많고, 충동적이고, 고집스러우며, 근면하고, 지적입니다. 심리학 실험의 결과, 대부분 참가자들이 A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상을 받고, B에게서는 부정적인 인상을 받습니다. 실은 똑같은 속성을 나열했지만, 긍정적인 인상을 먼저 준 A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인간은 이전에 내렸던 판단에 근거해서 다음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같은 사실도 나열하는 순서를 조정함으로써 판단의 결과를 다르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확증편향의 덫도 심각합니다. 현재 자기의 의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성향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자기가 보고 싶은 것 위주로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시하는 경향입니다. 충분한 양의 정보가 있더라도, 현재 자기의 의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보를 필터링하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보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합니다. 자기의 의견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자존감을 상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부정적인 정보를 배제하기 때문일 겁니다.

1986년 1월 미 우주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해 7명의 우주비행사가 모두 사망했습니다. 사고 후 원인 규명 과정에서 모든 데이터를 사후 분석한 결과 사고가 날 확률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간절하게 바랐던 관리자들은 부정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바람에 사고의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사고를 분석한 엔지니어 밥 이벨링은 “그들은 자신의 판단이 옳으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결국 성공을 바라는 간절함이 부정적인 데이터를 필터링해버린 결과로 생각됩니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제주도의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생활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제주도의 성장은 그전에 없었던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많은 정책들을 기획하고 추진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미처 보지 못하고 놓치는 사실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언론의 사명이 있습니다. 정반합에서 반의 역할입니다. 정이 있고 반이 있으면, 거기서 합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 합은 다시 정으로 분류되어 다시 반이 필요하고, 거기서 다시 합이 나올 것입니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합은 점점 더 모순이 적어질 것입니다. 결국 일을 추진하는 행정과 언론이 정반합의 반복을 통해서 합리적인 합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신보가 새로운 법인 출범 4주년을 맞았습니다. 제주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제주신보가 새롭게 태어나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합리적인 정반합의 동반자로서, 제주도의 발전을 견인하는 언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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