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아버지는 칼럼, 어머니는 로맨틱 편지로 우리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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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은 잡지사 기자에서, 정림은 교사에서 작가로 변신…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 “다시 태어나도 글 쓰겠다”
▲ 20년 넘게 방송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송정연(사진 오른쪽)·정림 자매 작가. 작가가 천직이라는 자매는 다시 태어나도 글을 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송정연(58)·송정림(56) 자매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방송 현장에서 오롯이 내공을 쌓은 베테랑 작가로 꼽힌다.


언니 송정연 작가는 SBS 러브 FM 아침 프로그램 ‘이숙영의 러브 FM’의 터줏대감으로 20년째 활동하며 전국 청취자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동생 송정림 작가는 아침 드라마 단골 작가로 활약하다 지난해 KBS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로 히트를 쳤다.


자매 작가의 ‘원조’격인 둘은 때로는 톡톡 튀거나 또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글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는 글쟁이 가족=이들 자매는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서 태어났다. 1959년생인 송정연씨는 2남 4녀 중 넷째, 1961년생인 정림씨는 다섯째다.


두 작가 모두 제주도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신문 칼럼을 자주 썼고, 어머니는 시적인 표현이 가득 담긴 로맨틱한 편지로 자녀들과 대화했다.


글로 세상과 또 가족과 소통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6남매 모두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즐겼다.


송 자매는 “늘 글을 가까이하신 부모님 덕에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됐다”며 “그 덕에 온 식구가 모이면 백일장 대회가 열리곤 했는데, 다들 워낙 글솜씨가 좋아서 학교보다 가족 백일장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게 더 어려웠다”고 웃어 보였다.


자매는 2년 터울을 두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했다. 송정연 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정림씨는 숙명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자매는 숙명여대 근처 다방에서 음악과 함께 글쓰기를 즐겼다. 매일 같이 함께 글을 쓰며 지내다 보니 자매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됐다.


송정림 작가는 “대학 시절 내내 언니랑 연애하듯 붙어 다녔다”며 “심지어 내 대학 동기들은 언니가 숙명여대생인 줄 알 정도”였다고 말했다.

▲ 언니 송정연 작가.

▲나란히 방송계에 몸담다=대학을 졸업하고 자매는 떨어져 살게 된다. 언니 정연씨는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방송사 취재를 맡았다. 잡지사 기자로 일 할 때만 해도 그는 방송작가의 길을 걷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는 “하루는 인기 프로그램의 PD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은 PD가 ‘라디오 원고를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처음엔 기자 생활을 하면서 30분 분량의 짧은 프로그램 원고를 보내다 본격적으로 라디오 작가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첫 방송 진행자였던 이숙영 아나운서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생 정림씨는 대학 졸업 후 부산지역 고등학교 교사로 정치 과목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신문에 언니가 쓴 소설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의 광고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모습을 보게 됐다.


그는 “광고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학창시절 글짓기 대회가 있으면 언니보다 늘 높은 상을 받았던지라, 일단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앞섰다”고 회고했다.


정림씨는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일일드라마 ‘청소년 극장’ 대본을 쓰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본 형식은커녕 분량도 정확하지 않았지만 당시 KBS 라디오 작가를 하던 언니를 무작정 찾아가 담당 PD에게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원고를 쥐여줬다.


그리고 며칠 후 담당 PD가 같이 일해 보자고 제안해 왔다.  


그는 작가가 되고 나서 몇 년간 교사 일과 병행하며 지냈다. 그러다보니 체력이 바닥났고 한 가지 일을 선택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도 애정이 많았던 그였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히 교편을 내려놓고 서울로 올라와 전업 작가로 나서게 됐다.

 

▲ 동생 송정림 작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다=자매는 작가가 천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오전 방송국에 준비한 프로그램 대본을 들고 출근하는 일이, 또 6개월간 꼼짝없이 앉아 100회가 넘는 일일드라마 대본을 쓰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아 포기하고 싶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자매는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며 끈끈한 가족애로 힘든 생활을 버텼다.


특히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지치지 않고 작가 일을 할 수 있던 이유는 이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송정림 작가는 “드라마 대본을 쓰다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외롭고 힘든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언니가 내게 ‘넌 천재야’라며 힘을 준다”며 “언니는 내 대본을 가장 먼저 읽는 독자이자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늘 발 벗고 나서는 보조작가다. 언니가 없었다면 아마 벌써 이 일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며 우애를 과시했다.


▲다시 태어나도 ‘글쟁이’=자매는 다시 태어나도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자매는 “어느 해녀에게 물에 들어가는 이유를 묻자 ‘어제도 들어가서 오늘도 들어간다’고 말하더라. 우리 역시 ‘어제도 써서 오늘도 쓴다.’ 글 쓰는 일은 인생 그 자체로, 아마 다시 태어나도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을까 싶다”고 입을 모았다.


자매는 작가를 꿈꾸는 고향 후배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송정연 작가는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또 글 한 편을 한 가지 주제로만 쓰는 연습을 꾸준히 해라. 한 가지 에피소드를 가지고 그 글을 쓰고자 하는 주제까지 가면 일단 70점 이상은 얻는다”며 “특히 나 같은 경우 ‘펀(Fun)이 없으면 팬(Fan)’이 없다는 생각으로 글의 재치를 담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송정림 작가는 “감성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세상을 보면 그게 다 글의 소재다. 나뭇잎 하나를 보아도 수만 가지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며 “더듬이를 세워 세상의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매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면 현실적인 실리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택했으면 한다”며 “다른 사람은 어리석다고 할지 몰라도, 자신이 생각할 때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면, 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로 인해 행복하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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