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이 듬직한 손길로 아픈 4·3을 쓰다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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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북촌돌하르방공원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김광협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돌하르방 어딜 감수광

어드레 어떵 호연 감수광

이레 갔닥 저레 갔닥

저레 갔닥 이레 갔닥

아명 아명 호여 봅써

이디도 기정 저디도 기정

저디도 바당 이디도 바당

바당드레 감수광 어드레 감수광

 

아무디도 가지 말앙

이 섬을 지켜 줍써

제주섬을 솔펴 줍써

이 섬의 구신이 되어 줍써

돌하르방 곱닥호게 생경

큰 감튀도써아지곡

놋은 박박 얽으곡

콘 무사 경 크곡

 

눈방울은 무사사 경 큼광

홀메긴 무사 경 솔진디

곱닥호게도 잘 생겼져

든직호곡 든직혼 게

돌하르방이여 돌하르방이여

 

돌하르방만 믿엉 살암져

돌하르방 어딜 감수광

아무디도 가지 말앙

제주섬을 솔펴 줍써

 

▲ 김해곤 作 바람의 시- 돌하루방 연가.

북촌돌하르방공원!

 

돌밭에 뿌리내린 자연림 곶자왈 숲과 제주의 얼굴인 돌하르방이 어우러진 곳,

 

돌하르방 얼굴에서 제주의 빛과 속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름다운 곳,

 

그곳에서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짓이 된다.

 

제주도 토박이 예술가인 김남흥 작가는 15년에 걸쳐 이곳을 탄생시켰다.

 

난장의 시작을 알리는 그의 인사말은 돌을 깨는 정과 같이 간략하고 명료했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에선 자연이 훼손되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인사를 마치고 걸어가는 옆모습은 얼핏 돌하르방을 닮아 보이기도 했다.

 

▲ 춤꾼 박연술과 소리꾼 은숙, 기타연주자 정일씨가 관객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평화의 한마당을 선보이고 있다.

북촌돌하르방공원의 돌하르방들은 그 모습과 표정이 굉장히 현대적이다. 그러면서도 제주 돌하르방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본격적인 바람난장 첫 순서로 김광협 시인의 제주어 시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 낭독을 감상하였다. 이금미 시낭송가는 돌하르방의 느린 걸음처럼 천천히, 그러나 자연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음성으로 우리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쉬어 가는 행간마다 새소리가 들어앉았다.

 

이어지는 순서는 소설 낭독이었다. 현기영 소설가의 작품인 ‘순이 삼촌’의 일부를 김정희 낭송가와 박연순 낭송가가 들려 주는 동안 우리는 4.3의 아픔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무대가 북촌이어서 더 절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곳곳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돌하르방들이 그 크고 듬직한 손길로 아픈 과거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평화의 숨결이 주변 가득 퍼져나갔다.

 

‘나무꽃’의 순서가 되었다. 춤꾼과 소리꾼의 등장만으로도 객석이 술렁거렸다. 25현 가야금이 무대로 옮겨졌고, 젊은 기타리스트가 메고 있는 기타는 매우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춤꾼 박연술은 공연에 앞서 자분자분 속삭이듯 공연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춤꾼의 몸에 돌하르방이 차츰 스며들다가 그 끝에 가서 완전한 돌하르방과의 일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은 다시 조용해지고 바람난장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춤꾼을 향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소슬바람 한 자락 불어와 춤꾼의 맨발에 내려앉았다.

 

혼연일체라는 말이 어울릴까. 춤꾼 박연술과 소리꾼 은숙과 기타연주자 정일, 그리고 관객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평화의 한마당이었다.

 

▲ 스스로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선흘볍씨학교 학생들이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바람난장 마지막 순서는 선흘볍씨학교 학생들의 합주였다. 이곳의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는 연습을 하며 사계절을 열정으로 물들인다고 했다. 열 두 명의 소년 소녀들은 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섬집아기, 오빠생각, 고향의 봄, 엄마야 누나야를 불렀다. 작은 소리로, 큰 소리로, 혼자서, 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감상하는 동안 우리 안의 날선 생각들이 정 맞는 돌처럼 쟁쟁쟁 다듬어지고 있음을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난장의 공식행사가 모두 끝났지만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객석에 있던 누군가가 ‘오빠생각’을 다같이 부르자고 하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합창이 시작되고 박연술 춤꾼이 어느새 볍씨학교 학생 중 한 명과 함께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엄마 품에 기대어 감실감실 잠이 들려던 꼬마가 눈을 크게 뜨고 생긋 웃었다.

 

글=손희정

그림=김해곤

시낭송=이금미

소설낭독=김정희, 박연순

공연=나무꽃 (춤꾼 박연술, 소리꾼 은숙, 기타연주 정일)

특별출연=선흘볍씨학교 학생들

 

 

※다음 난장은 10월 14일 오전 11시에 서귀포 새연교에서 진행합니다.

 

 

 

 

그림 작품

 

김해곤 作 바람의 시- 돌하루방 연가.

 

 

사진 설명

 

1. 춤꾼 박연술과 소리꾼 은숙, 기타연주자 정일씨가 관객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평화의 한마당을 선보이고 있다.

 

2. 스스로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선흘볍씨학교 학생들이 합주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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