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태호는 아무것도 못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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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 마셔도 염증 수치 올라
향후 4년은 병원 신세 져야
기관·단체 도움 손길 절실
▲ 지난달 29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송춘옥 대한적십자사 제주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이 태호를 격려하고 있다.

 

탈북자 이승주씨(43·여·가명)에게 이번 추석 황금연휴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핏줄이라곤 아들 하나가 전부인데, 그 아들이 병원에서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주씨 아들 태호(4)는 혈액암(백혈병) 환자다.

 

한창 잘 먹고 잘 커야 할 나이지만, 물만 마셔도 췌장염 수치가 올라가는 바람에 태호는 오늘도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이런 아들을 보는 엄마 승주씨도 그렇게 밥을 굶는다.

 

지난달 29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승주씨와 태호를 만났다.

 

항생제와 영양제, 항암제 등 각종 수액이 주렁주렁 매단 링거대는 현재 태호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2011년 6월 제주에 들어온 승주씨는 같은 해 7월 한 남성을 만나 사실혼 관계에서 태호를 낳았다.

 

하지만 게임 중독인 남편은 태호가 자라는 동안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이런 남편을 보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승주씨에게 갑자기 위기가 찾아온다.

 

태호의 몸에서 갑자기 열이 반복적으로 나고, 코피가 흘러도 지혈이 되지 않자 병원을 찾았는데,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은 것.

 

승주씨는 “아들이 무균실 생활을 지낸 한 달 동안 오진이다,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북한에서 백혈병은 고치지 못하는 병으로 통한다. 아들 때문에 힘든 삶을 버텼는데, 백혈병이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태호 앞으로 보험금 1억원이 나왔지만, 남편은 이마저도 자신의 이름으로 돌려 땅을 사는 데 다 써버렸다. 현재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태호가 완쾌하려면 앞으로 4년은 더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 하지만 승주씨는 아들 옆을 24시간 지켜야 해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승주씨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처음 느껴봤다. 그런데도 항암치료를 위해 마취까지 받은 아들이 잠들지 않고 ‘엄마 눈이 4개로 보여’, ‘엄마 코는 왜 3개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애보다 내가 더 나약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밥을 안 먹어도 아들은 ‘엄마 밥 먹어’, ‘힘없고 어지럽다 하잖아’라고 한다. 남편에게서도 받지 못한 위로를 아들에게서 받고 있다”며 “태호 때문이라도 나약해질 수 없다. 더욱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안타까운 승주씨와 태호의 이야기를 접한 국제와이즈멘 한국지역(총재 고영두)과 대한적십자사 제주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위원장 송춘옥)가 200만원과 50만원을 각각 지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날 송춘옥 자문위원장은 태호에게 “쭉 지켜보니 강한 정신력으로 시련과 지금의 아픔까지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며 “얼른 나아서 엄마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태호는 너무 어려 엄마와 언제 밥을 먹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승주씨는 오늘도 하루빨리 태호가 나아 따뜻한 밥상 한 번 제 손으로 직접 차려주는 꿈을 꾼다.

 

후원 문의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758-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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