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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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대우
며느리는 아들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결혼식을 마친 후 신부가 폐백을 드리고 신랑의 부모에게 절을 올리고 나면 며느리 호칭을 얻게 된다.

조선시대 이후 대가족제도에서 며느리가 지켜야 할 도리로 부과된 여러 가지의 시집살이는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다. 그 도리로는 시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남편에 대한 질투를 버려야 하고, 친척들을 아끼고 섬겨야 한다. 또 집안 제사를 받드는 일과 손님 대접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런 며느리의 덕목은 명절이면 더욱 서러운 처지를 실감케 한다.

명절 준비는 ‘며느리(여자)의 몫’이라며 제기 씻기부터 음식 준비, 설거지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댁 위주의 가족문화가 차츰 변하고 있다. 시댁을 찾는 며느리를 위로하기 위해 내걸린 현수막에서도 엿볼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는 “며늘아가, 추석 쇠러 시댁에 오느라 고생했다. 시부모 눈치 볼 것 없다. 푹 쉬었다 가거라”라는 문구가 화제가 됐다. 신지면 시아버지 일동 명의로 게재됐다.

이에 앞서 2015년께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이장협의회는 “에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선보여 많은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추석에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이장단협의회가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덕담을 전하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차례상 차리기에 참여해 서로 돕는 명절이 되기를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2일 한국도로공사 특별교통대책본부에서 ‘1일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변신,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있습니다”라며 “한가위 연휴 동안 우리 여성들과 남성들, 무엇이든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상도 같이 차리고, 고무장갑도 같이 끼고, 운전대도 같이 잡고, 함께 손잡고 같이 하면 남녀 모두 명절이 더욱 즐겁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번 추석 기간 이 같은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과 대통령의 덕담에도 여전히 많은 며느리가 고된 노동에 스트레스와 명절증후군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점차 시대와 사회적인 여건이 달라지면서 남녀가 가사를 분담하는 분위기로 확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엄마이자 며느리인 여자와 아빠이자 사위인 남자가 함께 동등한 명절 보내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가오는 설에는 뿔난 며느리 대신 행복하게 웃는 며느리를 보고 싶은 게 가족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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