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 유감(遺憾)
개 팔자 유감(遺憾)
  • 제주신보
  • 승인 20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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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수필가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예전에 누굴 탓하거나 푸념할 때 넋두리로 쓰던 말인데 요즘엔 대놓고 쓴다. 개를 대하는 눈길이 예전 같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

유기 동물을 입양하면 돈을 준다는 보도가 있고부터 더욱 그렇다. 국가가 개, 고양이 복지까지 챙긴다고 수군대는 소리도 언뜻언뜻 들린다. 이러다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로 신분이 상승되는 현실과 맞닥뜨리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새벽에 아파트 같은 층에서 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당장 찾아가 한 마디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때가 어느 땐데 남의 집 개 짖는 소리나 탓하고 다니느냐고 면박이라도 주면 어쩌랴 싶은 두려움이 앞서니 말이다.

소설가 ‘김훈’이 한 강연에서 자신이 사는 일산의 신풍속도에 대해 한마디 했다. 일산에 24시간 영업하는 짬뽕 가게가 있다. 돈이 있는 사람은 9000원짜리를 먹고 밤새 알바를 끝내고 온 듯한 젊은이들은 3000원짜리를 먹는다.

그 옆 골목엔 개 식당이 많이 생겼다. 개를 먹는 식당이 아니라 개에게 밥을 먹이는 식당이다. 개가 먹을 사슴고기는 한 끼에 1만5000원이고, 샐러드는 유기농 식품이다. 개가 줄을 서서 먹는다. 개 식당 옆 골목에선 젊은이들이 3000원짜리 짬뽕을 먹고…. 이것이 시장의 자유라면 할 말이 없다.

직장인 황 모 씨는 작은 원룸에서 강아지를 키운다. 피부병에 자주 걸리는 강아지를 위해 한 포대(5kg)에 8만원이 넘는 고급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두 달에 한 번씩 10만원을 주고 미용을 시킨다.

월급 200만 원 중 강아지를 위해 쓰는 돈이 매달 20~30만원이다. 그는 강아지에게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한국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반려동물 한 마리 키우는데, 월 평균 약 13만 5000원이 들었다.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개를 키웠던 건 옛날 얘기다.

어느 날 이웃 젊은이가 운전하는 차에 편승한 일이 있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운전석 옆자리에서 개가 앙살 맞게 짖었다. 내가 물었다. 이 개 계속 태우고 다닐 거냐고, 아니라 했다.

개 카페에 맡기러 가는 길이라고, 위탁 비용이 하루 5000원이라 했다. 이렇게 맡겨놓으면 부부 중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데려간단다. 강아지 혼자 집에 둘 수 없으니, 이게 편하다며 강아지 머릴 쓰다듬었다.

내가 아는 개 키우는 개념은 이런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도 개를 키웠다. 어머님은 개 먹이를 주는데 매우 인색하셨다. 개는 한 끼에 발굽 하나만큼만 먹으면 된다는 게 어머님의 지론이었다.

발굽 하나면 밥 두 숟갈 남짓 될 것이다. 이걸 먹고 어떻게 살까, 가끔 어머님 눈을 피해 먹던 밥 한 숟갈을 개에게 주다가 들키는 날이면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그때 우리 집 개 이름은 백구였다. 어머님은 이 촌스러운 개 이름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개는 흰 개에서 검은 개로 바뀌었는데 개 이름은 백구로 대물림했다. 개는 사람이 먹다 남은 걸 먹고 큰다는 어머님의 논리도 변함이 없었다. 아무도 거역하지 못하는 불변의 지론이었다.

어머님 논리대로 그렇게 백구를 키웠다. 지금 같으면 동물 학대 수준이다. 백구는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도 탈 없이 컸다. 그때 우리 백구의 팔자는 개 팔자였다. 유기농 샐러드도 먹이지 못했고 예방주사도 못 맞혔다. 하물며 사슴고기를 먹이고 전용미용실에 가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우리 백구에게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