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원정 진료는 대충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도민들이 서울 등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데 쓰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9만2100명의 환자가 767억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해마다 그런 천문학적 의료비용이 제주를 빠져나간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이 같은 비용은 순수하게 건강보험 통계에 잡힌 액수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비롯해 항공료·숙박비 등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환자 가족 및 보호자들이 동행하는데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돈 문제 못지않게 주변 사람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원정 진료 문제는 경증진료 중심의 1차 의료기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원정 진료자의 52%인 4만8200명이 수도권 1차 의료기관을 택했다. 경증환자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는 건 조금만 아파도 수도권 큰 병원을 찾는다는 얘기다. 제주지역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이다. 열악한 도내 의료환경 실상의 방증이기도 하다.

도내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현실은 기본적으로 역내 의료수준에 수긍할 수 없다는 귀결이다. 의료 서비스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료과정에 뒤따르는 서비스 부실이다. 어떤 질병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거나 판독의 부정확 같은 걸 염려한다. 목숨이 오가는 중한 질병에 걸렸다면 더 그렇다.

물론 도내 의료환경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의료기관에 따라 고가의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국공립기관인 제주대병원과 의료원만 하더라도 노후장비 교체 등 시설 확충에 급급한 게 현주소다.

원정 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도내 의료기관 선진화 대책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특히 거점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현대화 투자가 시급하다. 환자들은 사소한 질병이라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한다. 인명을 다루는 의료 인프라 확충에 관한 문제를 얄팍한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