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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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 수필가

개기일식이 나타났다. 태양계의 슈퍼볼로 불리는 개기일식이 미국에서는 99년 만에 대륙에서 관측된다 하여 관광객이 오리건주에 몰렸다. 신비가 만들어내는 우주 쇼를 생중계할 정도이었다. 낮인데도 일순간 검어지며 둥근 띠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관측은 한 시간여 동안 역사상 미국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었고 촬영된 기록으로도 어마어마하다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주 공간의 궤도 선상에서 태양-달-지구 순으로 일직 선상에 늘어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현상이다. 대부분은 바다에서 볼 수 있어서 대륙에서는 볼 기회가 흔하지 않다고 한다. 백 년 전 개기일식 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데 유력한 증거가 발견되는 등 중요한 연구 성과가 있었다.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인류 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일들이 발표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우주 쇼가 벌어지는 그 시각에 첫잠이 깨었다. 새벽 두시이다. 베란다에 나섰다. 둥글고 큰 보름달은 노랗게 이글거린다. 반 시간이나 달을 쳐다보며 잡념에 빠졌다. 태곳적부터 인류는 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지난해, 나는 어느 화가와 LA 초대전에 동행했었다. 오픈식이 끝난 다음 날에 LA 근교의 유리 교회를 찾았다. 오래전 이민자인 K는 ‘조성한 지 십 년 사이에 꽉 들어찬 정원이 되었다’라고 했다. 유리 교회는 태평양을 품에 안고 팔로스버디스의 언덕 위에 서 있는 명소이다. 백여 년 전에 스웨덴의 어느 철학자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가가 유리를 주요 자재로 설계 시공했다 한다. 벽과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유리교회로 불린다.


잘 가꿔진 정원은 삼나무·노간주나무·소나무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있다. 오천여 평의 면적에 삼각형 연못이 맑은 물로 채워져서 분수를 뿜어내어 시원함이 더하다. 교회 뒤쪽에는 유럽식 정원으로 장미 백합 등이 피어 있다. 바다 너머 수평선에 카타리나 섬이 일출봉처럼 보인다. 얕게 드리워진 울타리를 내려다보니 태평양이다. 깎아지른 절벽인 듯 끝이 보이지 않는다.


종탑이 높이 솟아 있어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십자가 탑이 바다와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숲속의 교회여서 하늘색을 닮은 지붕은 낮고 쉽게 찾을 수 없다. 오늘따라 결혼식이 있어서 가족이 아니면 교회 출입을 금지했다. 검은색 퍼지는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들어갔다. 유리 교회 의자에 앉아서 기도 한 번 하고 싶었는데.


나는 금줄 처진 밖에 서서 교회 안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살펴보았다. 긴 나무의자가 놓였고 지붕과 벽면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다. 조그마한 면적에 예배드릴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추어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천장이 변하는 분위기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교회 안으로 끌어와 다른 세상 삶을 살라는 가르침으로 여겨진다.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낮이고 밤이고 신을 진정성으로 모시며 천상에 가까이 도달하려 함일까.


주례를 서주는 목사님은 여기에서 결혼식을 치르면 신랑 신부의 이름을 벽돌 하나에 새겨준다. 영원한 사랑이 하나의 벽돌에 새김으로서 결혼생활이 시작됨을 맹세한다는 의미 있는 징표였다. 일 년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릴만한 이유다. 정원의 바닥에 이름이 새겨진 벽돌을 밟으며 구경을 실컷 한 후여서 겸연쩍어진다.


커피 한잔 들고 나무벤치에 앉아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파란 바다가 보이고 싱그런 초록의 정원에 맑은 하늘이 내려왔다. 해와 달의 기운이 가득한 유리 교회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 같은 기운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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