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족과 자가용족
버스족과 자가용족
  • 제주신보
  • 승인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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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지난 추석 명절에 도민들의 화두는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였다. 추석 민심에 대중교통 개편이 화제가 됐다.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이전보다 불편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

이주 열풍으로 인구 증가와 비례해 차량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제주시 도심은 교통 정체현상이 낯설었다.

낭만과 여유를 그리며 정착한 이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서울 강남과 비슷한 제주의 통행속도에 놀랐다고 했다. 자가용과 하·허·호 번호판을 단 렌터카가 교통 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30년 만에 대중교통체계 개편이라는 처방전을 내놓았다. 제주 전역을 1시간 내로 촘촘히 연결하는 버스노선 개편이 제1탄이다. 1200원이면 어디든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싸게 갈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초기에 혼선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불만이 속출했다.

제2탄은 대중교통 중앙차로제(우선차로제)다.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까지 2.7㎞ 중 20일부터 제주소방서~아라초까지 1.4㎞를 시범 적용한다. 중앙선을 기준으로 양쪽 1차로가 우선차로로 지정됐다.

버스, 택시, 전세버스를 비롯해 장애인 및 어린이집 승합차 등 교통약자 차량은 진입이 허용된다. 서울 등 대도시에선 왕복 8, 10차로에 직선구간이 긴 도로에 중앙차로제를 적용했지만 제주는 왕복 6차로에 교차로가 많은 구간에 도입, 시행 초기 혼선이 우려된다.

신호체계 역시 이원화됐다. 중앙차로에선 버스 모양이 그려진 3색(빨강-주황-녹색) 우선차로 신호등이, 일반차로에선 4색(빨강-주황-녹색-좌회전) 신호등이 적용된다.

옛 세무서와 제주여고 사거리 등에서 허용됐던 10개의 U턴 구간은 폐지되고, 이를 대체한 P턴과 L턴이 도입된다.

통행량이 많은 연삼로와 옛 세무서를 연결하는 교차로에선 좌회전을 금지하되 270m를 더 간 후 돌아오는 L턴을 해야 한다. P턴은 알파벳 글자 모양처럼 직진을 하다 우회전으로 이면도로 블록을 한 바퀴 돌아 원래 도로로 합류하는 방식이다. 교차로에서 U턴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P턴은 법원, 소방서, 중앙여고, 제주여고, 아라초 사거리 등 5곳의 교차로에 적용될 예정이다.

대중교통 중앙차로와 우선차로 신호등, L턴, P턴 등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교통시스템이 도입됐다. 과거 목적지까지 직진을 하면 될 거리를 돌아서 가라고 하니 운전자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중앙차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시내·외 버스 797대와 택시 5387대, 전세버스 2210대 등을 포함 1만5000여 대 안팎이다. 9월 말 현재 도내 승용차는 이보다 24배나 많은 36만3503대다. 러시아워에도 빨리 갈 수 있어서 장애인 승용차, 회사 통근버스 등도 진입을 허용해 달라는 요청이 예상된다.

양쪽 2개 차로를 버스와 택시 등에 내주면서 출·퇴근 시간에 중앙차로제 구간에서 운행하는 승용차는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경험할 수 있다.

부산시가 최근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운촌 삼거리(6.7㎞)에 대해 버스 중앙차로제를 처음 적용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비교체험을 했다. 그 결과, 택시가 20분으로 가장 짧았고, 시내버스 21분, 승용차는 24분이 걸렸다.

광양사거리~아라초 구간에 중앙차로제 적용 시 버스 통행은 현행 시속 13.1㎞에서 23.7㎞로 운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도는 승용차를 운행하면 더 느리고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더 빠르고 편리하게 갈 수 있다고 했다.

제주도민들이 서울시민처럼 자가용 출근을 포기하는 버스족이 나오고 자가용은 주말용으로 사용할지 궁금하다. 자가용족들 사이에 신풍속도가 나올지, 불만을 쏟아낼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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