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한다는데
근로시간 단축한다는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19세기 초 영국 가내수공업 종사자들은 하루 13~14시간씩 일했다. 일감이 밀려들 땐 식사시간만 빼고 휴식도 없이 종일 일하는 게 다반사였다. 심지어 어린이들도 방적기에 낀 이물질 청소에 투입됐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건 협동조합의 창시자인 영국의 로버트 오언이 스코틀랜드의 한 방직공장을 인수하면서부터다. 그는 근로시간을 하루 10시간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10세 미만 아이들에겐 글공부를 가르쳤다. 그런 상황에서도 오언의 공장은 이익을 냈다.

이후 1848년 영국이 하루 10시간 근무를 법제화됐다. 1886년엔 미국 시카고의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8시간 노동제의 싹이 텄다. 유럽을 중심으로 주 40시간 근로제가 확산된 거다. 휴일이 가장 많은 프랑스는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인 마당이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는 누가 뭐래도 여전히 과로 사회다. 현행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법정 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이다.

정부는 2004년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했다. 허나 고용부가 휴일근로를 예외로 해석해 토·일요일을 포함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으로 정착된 게다.

현재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고 OECD 평균보다 300시간 이상 많다. 노동계가 우리의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게 관철되면 근로자 삶의 질이 좋아지고 신규 채용은 늘지 모르지만 기존 근로자는 임금이 줄어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그야말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것이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경우 정부의 행정해석을 바꿔서라도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만큼 쉬고,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져올 영세·자영업자 등의 타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상 우리가 먹고 살 만하게 된 건 남들 놀 때 열심히 일한 덕이다. 그만큼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은 한국 경제를 일군 성장엔진인 게 사실이다. 허나 일 못지않게 가정의 역할도 중시되는 시대가 왔다.

자칫 노사 양쪽 중 어느 하나에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면 하지 않은 만 못한 것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더라도 모쪼록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