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과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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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한때 대한민국은 고스톱공화국이었다.

할아버지들은 할아버지대로 나무 그늘에서 고스톱을 치며 여름을 즐겼다. 점당 10원짜리를 치면서 몇 백원을 따면 얼굴의 주름살이 활짝 폈다.

아버지들은 결혼식이 있을 때나 장례식이 있을 때 고스톱을 치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고스톱을 치기 위해 없는 결혼식도 만들고, 없는 장례식도 만들었다.

어머니들도 마찬가지다.

계모임 등 이런저런 모임이 있을 때마다 고스톱을 쳤다. 남편 흉보는 것은 덤이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컴퓨터를 통해 고스톱을 치며 돈맛에 빠져들었다. 눈이 빨개진 채 등교하면 선생님들은 학생이 어젯밤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가 했을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마법 같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고스톱 열풍은 가라앉았다.

더 신나는 게임을 비롯해 뉴스, 영화 등 모든 게 스마트폰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노래도 잘 부르고 말발도 좋은 조영남이 그림도 잘 그린다.

타고난 재주꾼이다. 그의 그림에는 창의성이 있다.

누가 어둠의 자식과 같은 화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겠는가.

화투는 교도소로 가는 길에 깔아놓은 장식품이다. 음습한 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영남은 화투를 그렸다.

똥광도 그리고, 비광도 그렸다. 누구의 대머리를 닮은 팔광도 그렸다.

이 재주꾼 조영남에게도 화투의 마가 낀 걸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8일 조영남에 대해 사기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림 대작 논란과 관련, 법원은 “악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씨가 예술성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믿고 있던 대다수 일반 대중과 작품 구매자에게 커다란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조씨는 화가 송씨 등 2명으로부터 건네받은 그림 20여 점을 10여 명에게 판매해 1억8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송씨 등이 그림을 90% 정도 그리고 나머지 10%를 그린 조씨가 스스로 서명을 한 후 판매한 것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그건 그렇고 3심까지 조영남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조씨의 그림을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순수하게 산 사람도 있지만 투자 목적으로 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투자의 목적이 속된 말로 ‘나가리’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점당 10원짜리 고스톱판이 ‘나가리’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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