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통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하 아동·청소년 13만여 명 중 1만7000명(13%)이 집이 좁거나 주택이 아닌 곳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17개 시·도 중 서울(1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율이다. 집안에 필수시설도 없고, 지하방이나 고시원 같은 비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는 거다.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주거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한부모가정과 소년소녀가장 가구의 경우 주거빈곤율은 2~3배 더 높다. 열악한 주거환경이 아동들의 천식 같은 질병뿐 아니라 과잉행동 같은 정신적 영향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국내외 연구에서 속속 밝혀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지금까지 관련 실태 조사조차 진행한 적이 없다는 건 답답하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정의 주거복지 정책이 그동안 청년·노인에게만 치중하고 아동의 주거빈곤 문제는 오랜 세월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국외에선 ‘아동 우선 주택’ 같은 개념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영·미 주택법은 주거위기 가구에 거처를 제공할 의무를 지방정부에 두고 있다. 임신 여성과 19살 미만 아동 가정을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유엔 아동권협약은 아동이 있는 가구가 주거환경이 적절치 않을 때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아동 주거빈곤의 실태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본다. 주거지원 때 아동 가구에 우선순위를 둬 임대주택이 실제 살만한 곳인지를 기준 삼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주거빈곤에 방치된 아동들이 희망을 갖지 못한다면 제주를 넘어 나라의 미래 또한 밝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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