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작은 결혼식
  • 제주신보
  • 승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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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가을은 선남선녀들에겐 축복의 계절이다. 결혼식을 알리는 일간지 광고란은 내 시름을 던 것 같아, 축하 인사를 보내고 싶을 만큼 반갑다. 광고란에 전에 없이 관심이 가는 것은, 내심 젊은이들이 결혼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평생 먹고 살 직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다. 거기다 결혼은 무거운 짐으로 책임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보태 줄 형편이 못 되는 부모는, 무작정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내몰 수만은 없는 엄연한 우리네 현실이다.

예전에는 부족한 게 많아도 나이가 차면 결혼이 우선이었다. 어려운 중에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살림을 장만하고 재산을 늘리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지금은 물질만능시대로, 모든 것을 갖추고 출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제주는 예식 장소로 호텔에서 치르는 게 보편화됐다. 주말마다 호텔은 하객들로 붐빈다. 집에서 잔치를 치르던 것에 비하면, 혼주가 편하고 복잡하지 않아 정신적인 부담이 줄어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시간에 쫓기지 않고 검소하게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예가 늘고 있다. 얼마 전 집안 조카가 서울 경복궁 근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모들도 기꺼이 동의해, 해 질 무렵 양가 부모와 형제만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붓하게 식을 올린 신랑·신부가 지혜롭고 기특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작은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으뜸 명소를 선정 공개했다. 전국 공원이나 공공장소를 개방해 적은 비용으로 식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추천됐다. 고비용으로 식장을 빌리기 버겁거나, 단출한 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결혼을 앞둔 사람은 결혼식에 대한 꿈이 각별하다. 일생에 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한다. 나만의 특별함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를 것 없다.

결혼은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다. 새 가정을 어떻게 꾸리며 살 것인가에 의미를 둔다면, 식은 하나의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을 듬뿍 담아 내가 주제가 되는, 남들과 차별화한 결혼식이 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화려한 결혼식이 밖으로 내놓는 그 집안의 신분이거나 부는 아니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어 식장에 참석해야 하고, 축의금으로 오는 가게 지출도 만만치 않다. 체면이나 친분 때문에 금액을 놓고 고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나고 보니 받았을 때는 고마웠는데, 막상 갚아야 할 짐으로 왔다. 받은 만큼, 아니 더 넣어야 할 게 아닌가 하는 갈등이 생긴다. 축하의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형편에 맞게 하는 게 서로 부담을 줄이는 일인데….

혼주는 하객들을 위한 피로연으로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 앞으로 잔치는 풍족하게 차려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은 작은 결혼식을, 피로연은 조촐하게 비용을 아껴, 새 출발하는 부부에게 보탬이 되는 성숙한 문화가 되었으면 한다.

결혼을 하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거기에 가정의 울타리를 완성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꿈은 머리로 꾸는 게 아니라, 현실과 부딪치며 얻는 경험이 곧 자산이 될 수 있다.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동기부여가 될 결혼, 필수라는 숙제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나라, 가정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다.

올 가을에는 부모들의 시름을 덜어 줄, 지인 자녀들의 청첩장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